대정읍 알뜨르 비행장에 위치한 섯알 오름은 필자가 즐겨 찾는 새(birds) 관찰 장소 중에 하나이다. 시기적으로 4~5월은 야생 조류들의 이동시기여서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착륙한다. 좀처럼 보기 드문 황금새, 큰유리새, 대륙검은지빠귀, 솔부엉이와 같은 희귀한 새들이 확인된다.
저 멀리 남쪽 나라에서 출발한 새들이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섯알 오름에 사뿐히 내려 앉아 곰솔에 달라붙은 송악 열매들을 평화롭게 따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진정 이곳이 평화의 안식처였으면 마음, 간절하다.
전적지 공원화 사업지구인 알뜨르 비행장 일대
하지만 이곳은 평화의 상징이기에 앞서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슬픔으로 가득한 곳이다. 1950년 8월 한국 전쟁 당시, 예비검속이라는 말도 안 되는 비양심 세력에 의해 제주도민 수백명이 집단 학살된 곳이다.
또한 격납고와 탄약고, 활주로, 진지동굴과 같은 일본군의 흔적들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 4·3사건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제주근대사의 진실 규명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통곡의 세월을 보내는 있는 땅이다.
최근 이곳은 일제감정기과 제주 4·3사건을 연구하는 국내외의 역사학자들이 꼭 한번 찾는 현장이기도 하며, 또한 도내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비롯하여 관련 단체에서 운영하는 제주의 4·3역사 체험 교육장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9일에도 제주4·3연구소 장윤식 연구원은 경북대학교 대학생들과 함께 이곳 현장을 찾았으며, 충북지역공무원노동조합 회원들도 다녀갔다. 이날 만난 양신하(대정역사문화연구회 회장)씨는 이곳을 찾는 방문자들에게 무참히 목숨을 잃은 예비검속 희생자들의 숭고한 넋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진실을 묻혀지지 않는다.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제주 섯알 오름 사건을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으로 규정하여,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현장을 찾아 진실규명에 들어간다.
비극의 현장을 찾은 경북대학생들
김완병씨는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학예연구원으로 근무합니다. 조류 등 동물분야에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슬픈 역사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비행하는 새들처럼 제주사람들도 어느 세계인들보다도 더 평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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