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도 청정 제주의 생명 자원이다.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로 국민들의 불안이 잠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초 제주 지역에서 철새들의 집단 폐사한 사건이 터졌다. 흰뺨검둥오리 18마리, 홍머리오리 1마리, 까치 1마리가 모두 19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다행히 간이진단 키트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으며, 방역당국의 처리과정도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이번에 희생된 새들은 독극물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마터면 홍머리오리가 모든 누명을 쓸 뻔 했다. 누구에게도 보상받지 못한 홍머리오리의 목숨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제주에 날아오는 오리들은 대부분 번식지인 시베리아 일대에서 날아온 철새들로, 흰뺨검둥오리와 홍머리오리도 겨울철새들이다.
최근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는 오리와 닭 같은 가금류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그 감염경로가 철새들의 배설물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오해받고 있다. 철새들이 조류 인플루엔자의 직접적인 주범이라면, 핵폭탄이나 9·11테러보다 더 큰 재앙으로 전 세계가 공포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지구상의 철새들을 없애지 못하는 이상, 그 어떤 지역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철새들이나 철새도래지가 조류 인플루엔자의 근원지라는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 현재까지 일부 지역에서 철새들에게서 병원성 바이러스가 확인되었지만, 그것이 어떤 원인과 경로에 의해 발생되었는지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도리 철새도래지지에는 매년 희귀 조류인 저어새를 비롯하여 홍머리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가마우지들이 날아와 겨울를 보낸다.
분명한 것은 철새든 가금류든 건강하지 못한 새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새들이 깨끗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다면, 조류 인플루엔자의 공포감은 날로 깊어 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사람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철새와 가금류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으며, 이번 기회에 가금류의 사육 환경을 비롯하여 철새들의 생태 환경을 보다 과학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철새도래지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을 예방하고 건전한 수렵문화 정착, 철새와 철새도래지 그리고 가금류 농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체계적인 대응 전략, 가금류의 안전성 홍보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철새들의 쉼터가 크게 줄어들면서 신종 바이러스 공포증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류 인플루엔자를 두려워하기 전에, 철새와 가금류의 건강한 생태환경을 위해 소홀함이 없었는지를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행히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금류의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정 제주에서 키워지는 가금류 그리고 겨울을 보내는 철새들도 제주를 대표하는 고급 생명자원이다. 우리에겐 철새들을 미워해야 할 아무런 힘도 없다. 오히려 제주를 찾아주는 철새들에게 감사해야 하며, 그들에게 더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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