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상반기 인사가 진행된 가운데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세대인 63년생들이 직장을 떠났다.
설날연휴는 떠나는 사람들과 남아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가늠해봄직 하다.
이번 상반기가 정년인 제주시의 한 국장은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은 있지만 업무를 하지 않아 ,,,”라며 쓸쓸하게 내뱉는다.
최근 한국사회의 ‘노인 빈곤 문제’와 맞물려 베이비 붐 세대의 처지에도 관심이 가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제주지역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후 고용 및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제주지역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및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55년 양띠부터 63년 토끼띠 까지의 인생들
베이비붐 세대는 특정한 시기에 출생률이 급상승하여 합계 출산율이 3.0% 이상의 연령대가 일정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보이는 세대로, 1955년~1963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층 세대를 말한다.
제주지역의 베이비붐 세대는 7만1000명 정도, 전체 도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실시한 설문 조사 내용을 보면 경제적 생활이 어렵고 자녀 교육 문제에 고민을 하고 있으며 퇴직 후 준비가 덜 됐다는 답변이 많다.
퇴직 후 가장 큰 걱정거리도 ‘먹고 사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이비붐 세대, 그 잔인하면서도 찬란했던 장밋빛 인생
한국 전쟁이 끝난 후 휴전이라는 형식으로 평화가 찾아왔다.
‘종족을 늘리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는 생물학적 해석 속에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이 땅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많이 두려 했다.
제주에서도 오전반, 오후반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안다.
제주시내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에서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입학하기 시작하자 턱없이 부족한 교육인프라가 고무줄처럼 늘어날 리는 없을 터.
한 학급 학생을 80명에 달할 정도로 과대 편성했으나 오전에 등교에서 수업을 받고 하교하면 다른 학급은 오후에 학교 수업을 시작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도 이 당시다.
또한 형제가 많았던 까닭에 집에는 항상 먹을 것과 잘 곳이 부족했다.
이에 들로 산으로 돈벌이를 위해 부모들은 나서야 했고 ‘따뜻한 관심’ 보다는 ‘당장의 효과가 큰 매질’이 어느 집에서도 있었다.
이 세대들은 중학교 들면서 어김없이 일본 군복같은 교복을 입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교련복을 입고 군사교육을 받았다.
이 세대들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에 머리가 굳어졌고 광주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봤으며 6.10 항쟁의 주역이기도 했다.
질곡의 역사를 거쳐 온 이들이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때에는 IMF라는 사태가 덮쳤다.
정리해고, 명예퇴직에 울어야 했고 그중 대부분이 자영업으로 업종을 바꾸기도 했다.
부모를 봉양하고 동생들을 보살핀 마지막 세대, 그러나 자식들에게 배신당해야 하는 최초의 세대
이들 세대는 집안 제사나 벌초에 빠지지 않았고 지금도 열심이다.
지금은 문중 벌초 때에 아들 시험기간이면 ‘데리고 오지 않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들 세대는 달랐다.
엄한 아버지가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맏일 경우는 더욱 그랬다.
부모를 대신한 그의 희생으로 동생들은 제주 사회에서 어엿하게 살아간다는 얘기 자체가 이 세대에서는 잦은 일이 었다.
이 세대는 부모봉양에 이견이 없다.
무조건 모셔야 한다는 믿음 속에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베이비 붐 세대는 ‘부모 봉양을 당연시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세대의 맨 끝에 있는 63년생 토끼띠들이 올해 공직을 떠났다.
공직사회는 ‘63년 토끼띠’들의 은퇴로 자리가 널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떠난 빈자리가 규모면에서 큰 탓이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랴, 우리들의 한 시대도 흘러 간다
시간도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는 것이 세상사다.
치열하게,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세대’들이 이 사회의 중심에서 떠나 노후라는 신세계로 떠밀리고 있다.
그들은 대학을 보내야 하고, 취직을 바라며, 결혼을 시켜야 하는 자식들 걱정에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다.
동시에 노후라는 신세계에서 존버해야 한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노후는 아마도 따뜻하거나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된다.
베이비 붐 세대의 ‘장밋빛 인생’이 시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지금의 자리에 흘러왔고 막 다른 자리로 흘러가고 있다.
흐르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랴, 그들의 한 시대도 같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