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불축제도 코로나 19 팬데믹을 피해가지 못했다.
매년 겨울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척박한 제주 중산간의 오름을 불태우며 한 해의 안녕을 빌었던 제주 사람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면으로 오름불놓기를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봄이 왔으되 그 봄 같지 않은 한나라 왕소군(王昭君)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심정도 비슷했으리라.
새별오름 들불이 코로나 19를 태우면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 19는 삶 곳곳을 변화시켰다.
‘이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는 절망과 팬데믹 시대의 불황에 맞물린 서민들의 표정은 줄곧 어둡다.
‘바람이 불기 전에 눕고, 바람이 지나면 겨우 허리를 세우는’ 민중들의 줄기찬 삶 속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한줄기의 기대만큼은 저버릴 수 없다.
올해는 꼭 정상적으로 들불축제를 치루겠다는 제주시의 지난해 다짐은 올 들어서도 이뤄지지 못했다.
시민과 제주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기원하는 안동우 시장
방역과 정상 추진 사이에서 고민하던 제주시는 장고 끝에 온라인 중계라는 결정을 내렸다.
오름 트래킹과 버스킹·예술인 공연 등 대면 행사는 모두 취소하고, 오름 불놓기와 부대행사를 온라인과 드라이브인, 드라이브스루 등 비대면으로 진행키로 한 것.
이에 ‘새별오름 불놓기’는 3월 13일(토)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됐고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 제주를 홍보할 수 있는 영상으로 제작했다.
드라이브인의 경우, 참여자 및 행사 관계자들의 안전과 주차장 수용 능력, 방역수칙 등 모든 여건을 고려하여 사전예약으로 선정한 차량 400대 한정 관람만을 허용하면서 수 천명이 모여 불타오르는 새별오름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던 기억을 내년으로 보내야 했다.
이날 안동우 시장은 오름불놓기 행사에 앞서 ‘코로나로 고생하는 제주시민과 도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올해는 꼭 코로나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제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제주시와 제주도만 잘 한다고 해서 넘길 수 없는 세계적 사안인 만큼 ‘다짐을 기대’로 읽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BTS의 노래처럼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눈치 없이 와버렸어’,지만 ‘그래 삶은 계속되는 거야(Life Go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