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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도 낯 선 숙성시킨 고등어회

얼음물에서 살린 '그 감칠 맛이라니'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수족관에서 갓 나온 싱싱한 고등어 회에 입맛을 다시지만 이를 거들떠보지 않는 제주인들도 있다.

 

싱싱한 고등어회를 지칭하면서 그걸 무슨 맛으로 먹어, 순 초장 맛 아니라며 웃는다.


숙성시킨 고등어회, 갓 잡은 고등어회와는 달리 붉은 색깔이 짙다.

 

미식가(美食家)들에게는 고집이 있다.

 

씨알이 잘아도, 싱싱함이 부족해도 고개를 돌려 버린다.

 

또한 특유의 양념장이 없어도 아쉬워하며 먹으려 들지 않는다.

 

극히 일부 제주인들은 숙성시킨 고등어회를 찾는다.

 

이를 판매하는 식당이 제주에서도 거의 없어 며느리에게도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 몇 몇 장인과 친분이 있어야만 , 이런 고등어 회도 있었구나하는 감탄사를 토할 수 있다.

 

조금 먼 바다에서 씨알이 굵은 고등어를 잡을 경우 피를 빼는 간단한 조치만 한 후 얼음물에서 숙성시킨다는 이 고등어회의 비결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른바 추자도식 양념장이다. 양파를 곁들여 숙성 고등어회를 한층 맛나게 한다

 

뱃사람들 사이에서만 전해진다는 숙성고등회를 맛 볼 경우, 어린시절부터 고등어를 물리도록 먹어 온 제주인들도 눈을 크게 뜨기 마련이다.

 

호남지방의 명물이자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은 삭힌 홍어를 떠올려 보자.

 

냉동시설이 없던 그 옛날, 홍어의 산지인 흑산도에서 나주에 인접한 영산포까지 오는 동안 홍어는 자연스럽게 발효돼 버렸고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에 코를 찌르는 음식으로 변해버렸다.

 

먹고 나니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은 호남지방의 특별한 음식으로 삼았다.

 

심지어는 잔치에 삭힌 홍어가 없으면 잔칫상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포항 지역의 과메기도 마찬가지.

 

청어를 그늘에 시름시름 말려 먹었고 이젠 전국 대형마트에서 특산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K씨는 제주시 어판장에 아침 일찍 나들이를 한다.

 

싱싱하면서도 먹음직하게 큰 고등어가 눈에 띄면 바로 자신만의 조리를 시작한다.

 

얼음물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공식은 뚜렷하게 없다.

 

다만 본인이 고기의 색깔, 탄력 등을 보고 이젠 됐다고 여겨야 한다.

 

숙성 고등회가 마련됐다고 바로 남편이나 지인들을 부르지 않는다.



추자도 양념장을 찍고 양파를 조금 더한 후 김에 싸서 하얀 쌀밥을 넣고 먹으면 술안주도 되고 끼니도 때우게 된다


 

양념장이 필수다.

 

제주에서는 추자도 식양념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반 초장이나 제주사람들이 회를 먹을 때 즐기는 막장과는 결이 한참 다르다.

 

제주항에 위치한 M식당이 이 양념장으로 장사를 시작해 떼돈을 번 계기가 됐다는 소문도 있다.

 

간장에 우리에게는 필수인 마늘, 설탕, 식초 등이 들어간 것은 알겠는데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얼치기가 만들어 봐도 K씨가 만든 양념장과는 다르다.

 

K씨는 이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른 무엇이 분명히 들어가긴 했는데, 그게 뭐냐고 물으면 나도 이 맛을 내기위해 거의 20년을 보냈다고 웃는다.

 

시쳇말로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비법들이 숙성 고등어회와 찍어 먹는 양념장에 숨겨져 있다.

 

K씨는 양념장에 반드시 양파를 곁들여 먹으라고 권한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입으로 삼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숙성 고등어회에서 나는 맛에는 분명히 다른 그 무엇이 있다.

 

혹시 TV 광고 등에서 등장하는 감칠 맛이 이런 게 아닐까.

 

싱싱한 고등회에서 나지 않는 맛이 있기는 한데 이를 말이나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감칠 맛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숙성시켜 바로 마련한 고등어회, '초여름의 술안주로 이보다 좋은 순 없다'

 

얼음물에서 수 시간 숙성시킨 고등어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자고 많이 배운 전문가를 찾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무슨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등등의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할 게 뻔하다.

 

그보다는 장인의 먹을 만 해요?’라는 질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된다.

 

그 맛을 보고 싶어 고등어가 많이 들어 왔는지가 궁금해지고 K씨와 친한 지인에게 혹시 먹게 된다면 참여시켜 달라고 사정한다.

 

어디 가서도 돈을 주고 먹을 수 없는 맛인 탓이다.

 

그 혀끝에 감도는 감칠 맛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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