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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하는 아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32kg 만성신부전증 고명희씨 부부 ‘힘겨운 투병일기’

“많이 아파서 집안일은 물론 뒷바라지 못해줘 미안할 뿐입니다”
“처음 혈액 투석할 당시인 4년 전 몸 상태로만 돌아가도 좋겠습니다”

신장 기능을 상실해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고명희씨(44.제주시 삼도동).
고 씨와 그녀의 남편 주임길씨(47)를 지난 8일 탐라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났다.
고 씨는 틈틈이 이곳을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고혈압, 당뇨 시작으로 만성신부전증까지...10년 동안 병원 문턱 닿도록 드나들어

한국병원 신장실에서 4시간 정도 혈액투석을 받는 고 씨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다.
혈액투석은 신장 기능이 망가져 피 속의 노폐물을 걸러 내거나 이온 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경우에 필요한 것으로, 쉽게 말해 인공신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1994년 고혈압과 당뇨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고 씨는 “2002년 9월부터는 신장 80%가 망가져 이틀에 한 번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서울 세브란스 병원을 비롯해 1997년에는 서울대병원, 최근에는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 소재 병원만 3곳.
여기에다 제주도내 병원까지 합하면 10년 동안 7~8곳을 전전하며, 병원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남편이나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의 도움을 받고 가요. 그래서 많이 미안하죠”
병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심장수술, 발가락 절단수술 등으로 인한 오랜 투병 생활 때문에 있는 재산은 물론 1억 원에 가까운 빚만 생겼다.

간간이 벌어오는 일용직 노동자인 남편의 돈으로 살아왔지만 그 마저 올 봄 무릎을 다쳐 3개월 넘게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02년부터 받고 있는 국민연금 30만원이 전부지만 초등학생 둘을 포함해 네 식구 생활비 마련할 길이 없는 상태다.

하루 음식이 달랑 물 한 컵, 몸무게 32kg...남편은 미안해서 밥도 못 먹을 지경

“최근 2년 사이 몸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먹여야 되는데 합병증도 많고, 입맛도 없어서... 시력은 물론 치아와 온 몸의 뼈마저 약해지고 있습니다”
고 씨의 남편 주 씨가 다문 입을 열었다.

“두 달 전까지 하루에 밥 반 공기는 먹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아무것도 먹질 못해요. 기껏해야 물 한 컵 정도”
그래서 고 씨의 몸무게는 32kg다.
몸에 살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움직이는 자체만으로도 놀라워 보였다.

“요즘에는 아내 보기 미안해서 밥도 못 먹을 지경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투병중인 부인 때문에 남편도 끼니를 거르고 있다.

“요즘 아내가 무척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 조금만 나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늘 합니다. 혈액 투석받기 전인 2002년으로 돌아갈 수만 있어도 좋을 텐데 하고”
“어떤 때는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무릎을 다쳐 요즘에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부인 병간호에만 전념하고 있는 주 씨가 부인의 건강 다음으로 바라는 것은 자식들에게 빚만큼은 떠넘기지 않는 것.
“IMF때 일하다 쪼들려 여러 개의 보험을 해약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아프고 나니 무척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아이들에게도 경제적으로 잘 해주지 못하니까 미안할 따름이죠.”

“애들 생각하면 눈에 밟혀서 나쁜 생각을 못해요”...불평하지 않는 아이들 ‘기특’

“먹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심장이 약해져서 혈관이 막혔어요. 숨을 쉬는 것조차도 힘들어요.”
고 씨는 요즘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했다.

“지난 3월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병원에서 남편에게 ‘준비하라’는 말을 했대요. 그래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면 남편이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도 가끔 들고...그런데 애들만 생각하면 나쁜 생각을 못해요.”
역시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애들이 사춘기인데 학원도 못 보내주고, 다른 집 아이들은 두 세 곳 다니는데...엄마가 많이 아파서 잘해주지도 못해 미안하고, 친구들 놀 때 엄마 부축해서 병원가고, 집안일 하는 것 보면 고맙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서도 불평하지 않는 자식들이 무척 기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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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있는 2개의 신장(腎臟.콩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만성신부전증이라 한다.
급성신부전증의 경우 일시적으로 신장의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반면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해 신장이 나빠지면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다.

신장 기능이 정상의 10%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신장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의 신장이 했던 기능을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해 줘야 한다.
신장 대체요법에는 신장이식, 혈액투석(血液透析), 복막투석(腹膜透析)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신장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공급이 충분치 못하고 이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전체의 약 20%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신장이식을 받을 수 없을 때는 인위적으로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줘야 한다.
혈액투석은 몸 안의 혈액을 체외로 빼낸 다음 투석기를 거치게 함으로써 노폐물을 걸러내는 방법이다. 혈관 두 곳에 주사바늘을 꽂고 그 사이에 투석기를 설치함으로써 한쪽에서 나온 혈액이 투석기를 거친 후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혈액투석은 1회 4시간씩, 주 3회 병원에 내원해서 받는 것이 보통이다.

복막투석(腹膜透析)은 뱃속의 장기(臟器)를 둘러싸고 있는 복막 안에 부드러운 관을 삽입하고 관을 통해 투석액을 넣어주는 방법을 말한다.

만성신부전증이 진행되면 우선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여과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몸 안의 노폐물이 쌓이는 요독(尿毒)증상이 나타나면서 식욕이 감소하고,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몸속에 쌓이기 때문에 체내 수분이 증가한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수분으로 인해 다리에 부종이 생기고,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가빠진다.

신부전증을 불러오는 대표적인 요인은 당뇨다.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당뇨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당뇨는 말초혈관에 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혈관으로 이뤄진 신장은 당뇨에 쉽게 타격을 입는다.
‘엄마, 내가 신장 줄 테니 오래오래 살아’ 찢어지는 가슴... 끝내 눈물 흘려

“요즘에 10년만 살았으면, 아니 큰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 놈이 중학교 졸업하는 것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의 작은 소망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엄마, 내가 신장 줄 테니 오래오래 살아’라고 말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습니다”
고 씨의 눈에서는 어느 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고 씨는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올해 초 발가락을 절단했다. 피가 잘 돌지 않아 발이 썩은 것이다. 당뇨를 앓는 사람들은 살이 썩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
조그만 상처에도 쉽게 아물지 않고 곪아 들어가기 때문에 절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고 씨는 더 이상의 괴사(壞死)를 막기 위해 다리에 혈관을 심는 수술을 받으러 삼성서울병원으로 지난 9일 남편과 함께 제주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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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맨들쿠다!” 제17회 ‘아동학대 추방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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