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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마당]건설에서 철거로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오창현씨는 제주관광대학 관광경영과 겸임교수이며, (주)커뮤시티 대표 입니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이기도 합니다.
60억 인구 중 58억 명의 인류가 매일, 생태계를 파괴하는 폐기물을 쏟아내고, 생존하기 위하여 자연을 개발하고, 다른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위기를 두고 “지구는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라고 표현한다. 매일 백여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으며, 1초 동안 0.6 헥타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다.

중금속은 지구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의 몸에 조금씩 축적되고 있다. 소라 수컷을 암컷으로 변화시킨 농약 속의 환경 페르몬이 도시에까지 날아와, 극히 미량으로도 도시 남자들의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여성화를 촉진시키고 폐암을 유발시키고 있다. 소리도 없이 서서히 말이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아무리 좋은 것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중용에 나오는 과유불급을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을 신과학운동론자라고 한다. 이들은 뉴턴의 기계론적 물질관과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을 비판한다. 왜냐하면 ‘지나침을’ 개발중심의 사고와 과학기술이 빚은 병폐의 원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일 백여종의 생물 멸종...1초동안 0.6ha 열대우림 파괴되는 꼴

기계론적 세계관을 표현해주는 일화가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카이바브 고원에 사슴과 사슴을 잡아먹는 퓨마, 늑대 등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1907년부터 사슴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람이 퓨마와 늑대를 포살하였다.

그 결과, 사슴의 개체수는 급속히 증가하였지만 이에 따라 고원의 풀이 부족해서 1918년부터는 그곳이 황폐화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후 더욱 황폐하여 1924년부터 그 이듬해 봄까지 무려 절반 이상의 사슴이 굶어죽는 사태가 있어났다.

이처럼 부분만을 보는 것이 근대적, 기계론적 세계관이다. 반면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맺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보고 유기체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신과학운동의 세계관이다. 이를 두고 생태적 세계관이라고 하기도 한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신과학운동론자들은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적정성 혹은 수용력을 고려하여 공존함을 기조로 한다. 즉, 생태적 세계관은 균형 속에서의 공존을 모색한다.

생태적 세계관을 통한 공존모색 필요한 때...청계천과 산지천을 가보라!

“인간중심의 생태적환경도시로 전환” 요즘 흔히 듣는 말이다. 생태는 이 세상에 또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서울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멀리 서울을 가지 않고 제주시 산지천을 가보아도 그렇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서울의 몇몇 하천에 시멘트로 된 공터와 주차장을 깨고 옛 물길을 복원해 맑은 물이 흐른다는 기사를 또한 접했다. 이러저런 뒷이야기가 있지만 어찌 되었든, 대부분이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고, 생태복원이란 말이 그리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시대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다들 아시는 옛날이야기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시절. 그 후에도 일부 계속된 이야기지만, 경기가 침체되는가 싶으면, 9시뉴스에 판에 박히듯 나왔던 이야기가 바로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 뭐뭐뭐 건설” 이다. 이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개발” 공약을 빼면 남는 게 없어 보여, 다소 씁쓸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건설경기 회복이 우리 경제지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차별적이고 대책 없는 개발로 인해, 우리 주변 환경은 무참히 깨지고 복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환경문제로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건설경기 회복도 중요하지만 환경문제로 많은 비용 악순환 이젠 신중할때

제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개발이 곧 관광객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개발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과연 관광으로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 때문에 향후 환경 복원으로 들여야 할 비용은 얼마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토록 울창했던 곶자왈에는 골프용 잔디가 깔려져 있고, 무분별한 해안개발로 우리 아름다운 해안선과 환경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예전의 제주 본래의 환경을 살리고 옛 문화를 복원하고, 옛 가치와 문화를 찾아야 한다. “철거 패러다임”이라 한번 불러보면 어떨까? 어차피 철거도 과거 ‘건설’과 동일하게 경제를 살리고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지 않는가? 생각 없는 건설로 파괴되는 환경을 복원하는 비용을 감안한다면 ‘철거’와 ‘복원’은 동일한 건설비용이 들어가지만, ‘환경복원’ 비용은 들지 않지 않는가?

자연파괴는 곧 인간파괴...일명 '철거 패러다임'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떤가

위기 속에서도 우리 인류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있다. 바로 생태운동, 제3의 길, 공동체 운동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많은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우리사회가 이러한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치와 희망의 전달이 그것일 것이다.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이라 부른다. 분명코 “평화”라는 개념에는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 이 세 가지 요소는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자연이 파괴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자연의 파괴는 인간의 파괴를 뜻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치와 희망을 실험해 보자. 어차피 제주의 자연은 그대로 두면 둘수록 가치가 더해진다. 이제까지 해 오듯, 그렇게 시간이 간다면 제주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서울처럼 제주도에 커다란 고층 빌딩이 있어서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것은 아니다. 제주의 자연이 아름답고 그나마 깨끗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불편하드라도 제주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경제까지 살리는 ‘철거’를 통해 제주의 미래를 설계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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