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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깃 발’

-유 치 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고운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환 시 ‘깃발’ 全文)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으로 상징을 가지고 산다.
나는 어떤 것을 가지고 인생의 상징으로 하고 있는가?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예상하면서, 어디까지가, 어디까지를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범위인가를 생각해 본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아는 나를 두고 멀리 까지 가야할 앞길들을 도대체 짐작 조차할 수 없다니, 누구의 말처럼 인생은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시절에 배운 ‘깃발’이라는 시, 당시에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내용을 지금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깃발이 삶의 상징이라는 말에 지금도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 있다.
그것은 희망이기도 하고, 열정이기도 하였다. 삶의 고통과 불행 속에서 지금도 생생하게 나를 지탱해 주는 상징인 깃발, 바람이 없는 날에 깃발은 펄럭이지 않는다.

인생이 잔잔한 길이라고 한다면 우리들 인간은 그리 역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가 없을 것이다. 나라는 행동과 사고의 중심에 푯대가 있어 푯대 위에 펄럭이는 깃발은 나의 상징이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기도 하다.
바람이 있어 펄럭이는 깃발, 역동성인 나의 깃발, 누군가 나를 말할 때에 무엇 무엇이라고 말을 한다. 저 사람은 이렇고 저렇고를 말한다.

그 말이 맞든 안 맞든 간에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 바를 가지고 말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남에 대하여 말을 할 때에 자신에게 비친 바들을 말하지만, 그것이 보다 더 정확한 설명이 되기 위하여 인생에 대한 다양함과 교양 그리고 체험들을 많이 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즉 자신이 경험한 바가 많을 때에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정방폭포 근처의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같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라 정방폭포 근처에 집이 있어서 우리들은 곧잘 그곳에서 수영을 즐겨했다.
한참동안을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곳에는 스님 한 분이 바위위에 앉아 손을 흔들면서 우리를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우리들은 모두 다 그곳을 향했다. 가까이 다가서니 다른 사람은 모두 가고 나 혼자만 남으라고 했다. 나는 혼자 남았고 스님은 나에게 말을 한다.
‘자네는 自手成家形이야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혼자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해’

나는 그때의 일을 오늘까지도 계속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사실 남에게 의지할 만한 일도 없었고, 의지할 곳도 마땅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중학생 시절에 잠시 몇분간에 경험한 이 일은 오랜 세월동안 나를 앞세우는 상징이 되었다.
외로울 때에나 삶에 지쳐 있는 나에게 스님이 나에게 던져 준 그 말 한마디는 위안과 희망과도 갚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나는 자립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지워본 적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대학시절에는 독학과 아르바이트를, 결혼을 하고 지금껏 생활과 사회의 일들을 자립형 인생을 살아 왔다. 전공도 작곡이다 보니 주변에 작곡에 관한 식견을 갖고 있는 분이 없었다.

내가 가야할 길에서 타인에게 협조를 얻으면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를 생각하면 작곡을 하는 내 자신이 외롭고 고독한 길에 있음을 누누이 경험하고 이해하면서 지금까지 걸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을 고쳐먹으면 완전히 달라진 세상을 만나게 된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길을 걷는 신선함과 경이로움, 비록 나 혼자서 걷는 길이지만 그 길은 언제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남들이 이해하지 않는다 하드라도 언제나 즐거운 여행길을 걷는 혼자만의 행복감---

내 마음 깊숙이 살아 움직이는 상징, 열정과도 같고 生의지이기도 하는 절대적인 희망의 푯대 위에, 언제나 펄럭이며 내 자신에게 용기와 미래를 제시하는 상징, 그것은 나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희망과 경험들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자그마한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에 내 자신 흠칫 놀라 한 걸음 발길을 옮길 때 마다 조심스러워 진다.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잠시 걸음을 멈추기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나의 상징, 고요함 속에서는 깃발은 펄럭이지 않는다.
하늘 가까이에 푯대를 높이고 바람이 힘차게 부는 날, 나의 깃발이 신나게 펄럭이며 먼 언덕과 산 너머의 세상까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내 마음이 언제나 경쾌하게 그 희망의 지점을 걸어갈 수 있기 위하여 상징이라는 자신의 表象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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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성비위사건 대응·예방 체계 강화로 성평등한 공직문화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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