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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봄 햇살에 눈이 부시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따스한 봄 햇빛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은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는 듯, 이러다가 언젠가 경험한바 있는 봄의 따스함을 느껴보지도 못한 채 여름이 오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인다. 그래도 봄이라는 것이 꼭 날씨 때문만은 아닌 것이 벌써 4월인데 겨울이라고 하기엔 한낮의 기온은 10도 이상은 되고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갑자기 작곡에 손을 댄다. 요즘은 하는 일이 많아 작곡에 손을 댄지 오랜만이다. 부탁을 받아 작곡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악상이 떠오르면 작곡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상에 작곡을 하는 일에 늘 틈새를 안고 살아가지만 역시나 관심이 있는 일들 중에서도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찾는 것이 습성이 된 것이다. 늘 그렇지만 바쁜 일에 우선을 두고 살아가다 보면 언제나 작곡은 뒷전이 되는 것이 늘 아프다.

오래 전부터 마음의 한구석에 자리 잡은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주요한 주제가 떠오르면 악보에 손을 대지 않은 채로 화음과 반주부(화성부)를 곰곰이 생각한다. 작곡을 하면서 크게 두 가지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하나의 경우는 주문이나 음악회에 사용할 목적으로 작곡하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순전히 작곡가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악상에 의한 작곡을 하는 경우를 말할 수 있다. 제주에는 아직도 작곡을 하여 발표할 무대가 마땅하지가 않다. 연주자들은(제주의 음악인들은 대부분이 연주자임) 어떠한 작곡가가 만든 악보를 가지고 연습을 하고 연주를 하고 있음에도 제주의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거나 부탁을 하는 일이 없다. 연주자들이 신곡을 연주하지 않는 것에는 창작품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작품에 대한 덜 익숙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300년 전 유럽의 작곡가 중 한 사람인 슈베르트(F. Schubert, 가곡의 왕)는 너무나 가난하여 친구의 집에 오랜 동안 신세를 지고 있었다. 친구가 밖에 나가면 자신은 기-타를 메고 주변의 호숫가를 거닐다가 뮐러(독일의 시인)의 시를 가지고 가곡들을 썼다. 그에게 있어서 시인으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은 뮐러이며, 곡을 불러 줄 성악가는 당시에는 이름 없는 바리톤 가수 포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들이 200여년이 지난 오늘 날, 힘들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 작곡이 된 작품들은 전 세계의 성악가들이 즐겨하는 곡이 되었으며, 특히나 바리톤 성악가들은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반드시 접해야 하는 필수 곡들이 되고 있다.

작곡자는 애써 만든 작품을 주변 사회(제주사회)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지를 생각을 한다. 곡을 창작하면서 이 곡을 연주할 연주자를 마음속에 생각하면서 작품을 그려 간다. 가곡으로 할까, 아니면 기악곡으로 할까하다가 오늘도 가곡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제주에는 기악 연주들 보다는 성악 공연이 용이하고, 일반 음악애호가들도 기악 쪽 보다는 성악 쪽에 관심이 많다. 내가 성악곡들 즉 가곡, 민요, 합창곡, 뮤지컬, 오페라에 손을 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연주의 모든 장르들(기악 독주, 기악 앙상블, 관악합주, 관현악 등)이 활발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아쉬운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제주의 작곡가이면서 제주를 소재로한 작품을 작곡한다는 것은 내 자신의 사명이기도 하면서 긍지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그래서 성악곡을 작곡할 때 마다 늘 제주 작가들의 시를 찾는다. 제주도 작가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내 시인들의 시를 살펴본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시집들은 한계가 있다. 마땅하게 맘에 들지 않을 때에는 서점에 가서 시집들을 간혹 들추어 보지만 인터넷을 살피다가 맘에 드는 시를 선택한다. 주제가 이미 정해 진 후이지만 시의 내용에 따라 곡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기에 시를 선택하는 것은, 시의 내용을 이해하여야 하고, 시인의 예술과 인생까지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인의 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작곡은 다른 세상을 그릴 수는 없지 않는가? 될 수 있는 한 시의 내용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처음 곡의 주제를 정한 마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늘은 오래 전에 정한 주제를 이끌어 가야하는 것이기에 시를 택하고 가만히 망설이게 된다. 시의 내용을 나름으로 해석하기 위하여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늘 마음은 작곡에 대한 미련이 남아 어떤 날은 몸부림을 치면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찾기 위한 생각을 할 때도 많다. 작곡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것들에서 절대적으로 멀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들 세상은 이러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나 필자의 경우는 하는 일이 많고, 관련된 일들이 많아 이러한 상황에서 작곡을 한다는 것은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사실은 제주의 음악 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던 욕구가 그 속에 들어가다 보니 너무나 깊이 빠져 들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러한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바쁜 생활 안에서 작곡을 하고 있음은 행복이라는 생각과 이러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만족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시를 선택하고 시의 내용을 오랜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서 선율과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이 올 때 까지 작곡가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쉽게 만들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많은 시간을 시와 선율이 하나가 되기 위한 고통과 몸부림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만족할 만한 선율이 발견이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곡이 출발이 되고, 반주부와 시와의 호흡들, 간주나 후주 그리고 도돌이 등을 그려 간다. 곡의 빠르기들, 전체적인 곡의 흐름과 강약의 문제들, 시가 갖고 있는 내용들 중에 시대적인 것과 인생의 희노애락과 시인이 평소 갖고 있는 개성과 삶의 고뇌와 이상, 행복 추구에 관한 것들에 관한 내용들을 살펴본다.

제주에 살면서 가곡들을 작곡 하며 제주의 내용을 담은 곡을 작곡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감상자들은 나의 곡을 들으면서 전체적으로 곡이 슬프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어렵다고들 한다. 언제부터인가 가곡을 작곡하면서 쉽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예술 작곡가라는 내면에의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곡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작품을 누군가가 불러 주었을 때에 갖는 기쁨은 참으로 작곡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것이기에 ‘이제는 쉽게 쓰자’라고 다짐을 한다. 슬픈 내용들에서 이제는 행복과 기쁨, 용기와 희망의 곡들을 쓰기 위하여 더욱 노력해야 한다.
봄 햇살이 따사로운 제주의 봄도 표현해야 하고, 제주도민과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에 언제나 훈훈한 봄이 올 수 있기를 희망하는 봄의 노래들을 작곡해야 한다.
먼 훗날 나의 곡들이 제주도민들에게 위로와 행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이러저러한 생각을 안고 작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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