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군생활은 고달픔의 연속이다.
먹어도 배고프고, 옷을 껴입어도 춥다.
특히 엄동설한 강원도 전방고지 칼바람은 귀와 코를 면도칼로 도려내는 듯 아프기까지 하다.
졸병시절은 시간마저 없다.
내무반 내 허드렛일도 자신의 몫이고 서툰 군생활은 아무래도 고참들보다 힘이 들고 시간도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고참이라고 많이 나을 것도 없다.
모든 것이 통제되는 군생활인지라 언제면 ‘집에 갈까’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다.
간간이 비상이라도 걸리면 안 그래도 고달픈 생활이 더욱 퍽퍽해진다.
그래서 기다리는 것이 휴일, 그것도 연휴면 간만에 사회에서만 가능했던 여유를 조금이나마 만끽하게 된다.
부족했던 시간이 늘어나는 지라 밀렸던 빨래 등 본인의 미뤘던 일을 해결할 수도 있고 넉넉해진 고참들 속에서 웃을 일도 생긴다.
고참들도 연휴 특집으로 편성된 TV 등을 보며 집에 못간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있다.
일기예보에서 ‘눈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면 ‘아 악마의 비듬이 떨어지는 구나’면서 연휴 오전을 제설작업으로 지낼 걱정이 가득하게 된다.
설상가상은 이 시기에 사단장이나 연대장 등 고위급 장교가 ‘장병 위문’이라며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경우다.
제설작업은 물론이고 연병장 청소, 총기수입, 내무반 물청소, 취사장 대청소 등 이미 하고 있던 일상을 뒤집어 처음부터 철저하게 되돌려야 한다.
1차 검사에 통과되는 법은 드물다.
지적받기 싫은 대대장급 이하 장교들은 사병들을 들볶게 된다.
고위직 인사들의 방문이 끝나고 지적사항이라도 나오면 연휴는 끝난 셈이고 그 후유증은 오래간다.
군 생활을 해 본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연휴 최악의 시나리오다.
진정 위로를 하고 싶다면 장병들이 좋아할만한 간식거리 등을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번 설 연휴에 ‘안보사항을 강조’하기 위해 전방 군부대를 찾았다.
해당부대 장병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망쳐버린 연휴도 연휴지만 윤석열 후보와 대동한 사단장급 고위직들의 지적사항이 없었기를 바란다.
이 추위에 군부대 주변을 느닷없이 청소하느라 튼 손도 관리를 잘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연휴에 군부대를 찾는 ‘얼간이’들이 있다니, 동네 바보형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