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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오 없으면 뭐다? 양아치다!

현 정부가 미운데 벼슬은 왜 받아?

중국 고사에 백이. 숙제(伯夷. 叔齊)라는 인물이 있다.

 

사기 열전에 나오는 이들은 변방의 작은 나라인 고죽군의 후계자였다.

 

영주인 아버지가 죽자 이들은 형제의 우애가 깨질까 두려워 서로 자리를 양보했다.

 

이 당시 유명한 강태공이 주 무왕을 도와 민심이 떠난 은나라를 토벌하려 하자 이 형제는 신하국가인 주나라가 임금을 주살하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숨을 걸고 간언하기도 했다.

 

결국 은나라가 망하자 이들은 역적이 주는 녹봉을 받을 수 없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으면서 살아갔다.

 

이 때 왕미자라는 사람이 고사리 역시 주나라의 것이 아니냐고 비웃자 백이. 숙제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선비의 기질로 고사리마저 거부, 굶어 죽었다.

 

지금 세태에서 보면 케케묵은 고사로 여겨지지만 배우고 누린 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존심이나 유교의 충절등을 거론할 때 자주 인용된다.

 

조선 말기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이라는 인물도 있다

 

학식이 깊었던 그는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고종이 실시한 과거에서 1등으로 합격됐으나 호남 광양 촌선비라는 것을 안 시관이 2등으로 바꿔버렸다.

 

이에 절망한 그는 출세길을 포기하고 구례 만수동에 거처를 만들어 야인의 길로 들어섰다.

 

만수동에서 그는 유명한 매천야록(梅泉野錄) 등을 저술하기도 했다.

 

깐깐한 선비였던 그는 민씨와 흥선대원군의 싸움을 비롯해 왕의 나약함, 외세를 업은 개화파, 모든 선비의 비리 등을 남김없이 꾸짖었다.

 

하지만 매천에게도 조선 선비로써 한계는 있었다.

 

동학혁명을 정면에서 거부하는 등 유교적 선비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그는 의병장 고광순이 의병을 일으켜 사람을 보내 격문을 써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매몰차게 거부했다.

 

이미 다 기울어진 형국에 자신의 격문을 보탠들 달라질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죽을 결심을 굳혔다.

 

죽음 직전에 남긴 절명시(絶命詩)는 지금도 유명하다.

 

네 수 중 마지막 두 수가 눈길을 끈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옛일 돌이켜보니

글만 읽은 선비 무슨 짝에나 쓸까

 

글만 알고 행동을 하지 않은 자신을 책망한 것이다.

 

후대 학자들은 의병을 하다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한 고광순이 부탁한 격문을 써주지 않은자신을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나무랐다는 해석을 한다.

 

전 감사원장 최재형과 전 검찰총장 윤석열을 이들과 비교해보니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존경한다고 했다.

 

박정희 생가를 찾아 어린 시절 청와대의 추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박근혜 특사를 요구하기도 했으며 가족행사시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국가에 대한 충성을 자랑했다.

 

그렇다면 최재형은 보수의 성향을 발끝까지 갖춘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재형 후보가 그토록 숭배하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탄핵되면서 탄생한 정부다.

 

최재형의 성향상 문재인 정부는 반대쪽 진영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권하자 덥석 받았다.

 

미워해야 할 진영이지만 높은 벼슬자리는 누리고 싶어 했다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주군을 향한 충성심에서 굶어 죽은 백이. 숙제, 선비의 자존심이 상하자 벼슬을 거부하고 시골로 가 버린 매천 등에 비하면 유연한 처세가 돋보인다.

 

이윽고 감사원장을 내던지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비슷하다.

 

이명박 시절이 가장 쿨 했다고 발언하기도 한 그 역시 큰 덩치와 건들대는 걸음걸이를 지니긴 했지만 조선시대로 따지면 과거에 합격한 많이 배운사람이다.

 

시정잡배와 달라야 한다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실정이다.


최소한 많이 배우고 누린 자들이라면 자신의 철학.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돌아 보지 않는 자존심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그들이 '잘못된 정부가 나라를 망치고 있어'라면서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을 거절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면 상대진영 시민들도 그나마 존중해 줬을 듯 싶다.


과실을 뚝 따먹고 배가 부르자 '에이 맛없네'라며 손가락질을 해대는 작태를 보자니 구역질이 난다.

 

자신이 먹은 우물에 침을 뱉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도 이들에게는 과하다.

 

불현듯 영화 비열한 거리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중간보스가 자신의 똘마니들을 모아 놓고 이런 말을 한다.

 

건달이 가오가 없으면 뭐다? 양아치다!!’


남을 등쳐 먹고 사는 건달도 나름대로 '쪽 팔리지 않게' 처신은 한다.


하긴 '이 나라의 왜곡된 역사는 언제나 많이 배운 자들이 저지른 짓'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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