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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스무살에 스러져간 어느 제주청년

이젠 까마귀 제사의 고인일 뿐

1950년 음력으로 10월 중순, 평안북도 정주에서 스무 살에 불과한 제주젊은이가 삶을 마감했다.

 

해병대 3기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후 북진 중이었던 그는 바주카포 사수라고  전사에 기록돼 있다.

 

그의 전사통지서는 그곳에서 멀고 먼 제주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전해졌고 지금은 너덜너덜한 종이 속 빛바랜 먹 글씨로 겨우 남아 있다.

 

제주에서 가난한 농가의 다섯 번째 아들, 7남매 막내로 태어난 그의 삶은 겨우 20년에서 멈췄다.

 

4.3 혼란기를 지내며 그는 고향에 있어도 부지할 까 싶은 목숨, 그래도 해병대로 입대하면 식구들은 군인가족으로 보호받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졌다고 남은 사람들은 기억했다.



6.25 70주년을 맞아 선배들의 묘소를 정비하는 해병대 장병들

 

그게 전부였다.

 

착한 막내였던 그의 죽음에 남은 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6.25 70주년인 2020년 그를 직접 기억해 줄 식구들은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그에게 남겨진 겨우 몇 조각의 추억들

 

그가 입대를 결심하자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된 어머니는 급하게 서귀포에 사는 한 처자와 결혼을 시켰다.

 

신혼기간은 3개월 남짓 이었다고 전해진다.

 

인천상륙작전 참여 후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부인은 몇 달 더 시집살이를 하다 몸이 아파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게 스무 살에 삶을 마친 젊은 제주 청년에게 남겨진 이야기의 전부였다.

 

바로 위의 형이 그의 제사를 지냈고 형마저 세상을 뜨자 이제는 형의 막내아들, 조카가 까마귀 (모르는) 제사로 지내고 있다.

 

또 다른 모습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십 년 전쯤.

 

알지 못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혹시 조천읍 00리가 본적 아니세요

 

맞는데요. 혹시 누구십니까

 

제사 지내시는 분 중에 000이라고 계시지 않나요?”

 

맞습니다. 누구신데, 그런 걸 물어 보시죠?”

 

그 분이 입대 직전 결혼했다는 말을 들으신 적 있으세요?”

 

돌아가신 분들에게 들은 적이 있기는 한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 분이 제 고모님 됩니다

 

, 고향에서 조차 거의 잊혀진 스무살 그 청년의 삶의 흔적은 한라산 너머 서귀포시에 남아 있었다.

 

그 스무살 청년은 서귀포 어딘가에서 고모부로 불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 벌초를 제가 하고 있는데, 고모님은 00리에서 서귀포 친정으로 온 후 몇 년 사시다 아파서 돌아가셨습니다

 

, 그렇습니까. 전화상으로지만 반갑습니다

 

, 언제 얼굴 한번 보면서 얘기해야겠지만, 그 고모님 벌초를 이제는 그쪽에서 해야 된다고 여겨져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해야 한다면 당연히 해야겠죠. 벌초 때가 오면 전화한번 더 주십시오. 제가 서귀포시에 가서 산소를 봐야지 않겠습니까

 

, 고맙습니다. 두 서너달 후 쯤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다시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마 최근 간소화되는 벌초 풍습대로 뭔가 다른 상황이 생겼고 굳이 이쪽과 상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문제가 풀리지 않았을까하고 막연하게 추측해 볼 뿐이다.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

 

요즘 남북 관계가 험난해 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볼턴의 자서전이 화제다.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주목해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가운데서 평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했고 미국의 네오콘, 일본 아베수상, 국내 보수 수구세력이 이를 집요하게 방해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에 하나 문 대통령의 적극 행보가 없었을 경우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지전이 발생했을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읽고 있다.

 

섬뜩하다.

 

또 다른 스무살의 꽃다운 청춘들이 이 아름다운 산하 어디에서 스러져 갈 뻔 했다.

 

늙은이들의 욕심으로 젊은이들이 죽는 것이 전쟁이라고 어느 학자는 지적한 바 있다.

 

다시는 이 땅에서 무모한 전쟁으로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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