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그중에서도 작품상 수상은 아시아권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백인, 영어권이 주류인 미국 영화계에서 특히 오스카상을 향해 봉준호 감독은 이미 ‘로컬 영화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으로 봉 감독은 또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허물면 무한한 영화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쌓는 현 트럼프 미 행정부와 대조를 이루는 멘트로 들리기도 했다.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을 책에서 읽었고, 그 말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본인과 감독상 수상 경합을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 이후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기립,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향해 박수와 존경을 보냈다.
77세의 마틴 감독고 두 손을 모으고 봉 감독에게 호응했다.
그래, 봉준호 감독 ‘당신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이명박. 박근혜 시대에 블랙리스트였던 봉준호와 송강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에서 만나 성공했다.
이후 설국열차, 기생충에서도 합을 이뤄 세계적 명장과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살인의 추억을 감독하고 주연한 이들에게 ‘무능한 경찰을 부각시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분류했다.
박근혜 정부는 설국열차를 ‘저항의 불러일으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색칠을 하기도 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감독과 배우가 돼 버렸다.
이들에 대해 당시 정부는 대규모 투자사들을 돌아다니며 은근히 협박을 함으로써 영화계에서 활약을 못하도록 했다는 의도가 사후에 드러나 충격을 줬다.
봉준호 감독에게 숟가락을 얹으려는 정치계의 기생충들
봉준호 감독의 고향은 대구.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출마하려는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봉 감독 관련 공약을 내놓고 난리법석을 치고 있다.
생가복원, 동상건립, 테마거리 조성 등을 공약하면서 봉 감독의 이름에 올라타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이 여당일 때 블랙리스트로 분류해놓고 ‘활동을 막으려던’ 지난달의 행태는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그들이 지금도 여당이고 집권세력이었다면 ‘사회 불평등 문제’를 꼬집은 기생충이라는 걸작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로마의 휴일’의 작가, 블랙리스트의 한 명이던 달톤 트럼보(Dalton Trumbo)
미국에서 매카시 광풍이 불 무렵인 트럼보는 1947년 ‘반미 활동에 관한 미의회위원회’에서 공산주의와 연류됐다는 혐의에 대해 증언할 것을 거부한 ‘할리우드의 10인 중’ 한명이다.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했던 트럼보는 매카시즘에 의해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결국 1950년에는 수감, 11개월의 옥고를 치른다.
트럼보는 1937년 영화계에 뛰어들어, 영화 대본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에 그는 공식적으로 집필을 할 수 없었다.
전 미국을 감싼 ‘미친 반공주의’와 선봉에 선 이들은 트럼보와 계약하는 영화사를 협박했고, 그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영화사들은 그를 기피하기에 이른다.
트럼보는 ‘가족을 지키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 속에 가명으로 30편의 대본을 썼다.
1960년 서사적인 영화 〈엑소더스 Exodus〉·〈스파르타쿠스 Spartacus〉로 최대의 찬사를 받았으며, 우리가 명작이라고 여기는 ‘로마의 휴일’도 그의 작품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스파르타쿠스 주연을 맡은 ‘커크 더글러스’가 ‘미친 반공주의자’들의 협박 속에 트럼보와의 대본 계약을 이었다.
영화내용도 반공주의자들에게는 ‘환장하는 것들’이었다.
로마의 검투사가 ‘로마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항의, 반란을 일으켰고 나중에 평정은 되지만 주인공인 ‘스파르타쿠스’를 영웅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트럼보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까닭에 오스카상에 빛나는 로마의 휴일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긴 했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우매한 정권’에 핍박을 받지만 그래도 이겨낸다는 동서고금의 진리가 기생충에도 재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