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원장 이순배)은 한라산 백록담과 탐라계곡내에 새겨진 마애명(磨崖銘) 탁본자료 40여점과 현장사진을 곁들인 ‘한라산 神仙의 길에 새기다’라는 제목으로 마애명 탁본 전시회를 13일부터 다음달 2월 15일까지 한 달여간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예로부터 신선산(神仙山)으로 불리어 온 한라산에 새겨진 마애명은 조선시대 제주지방에 부임해 온 목사(牧使)나 관료, 유배인 또는 제주유림 등에 의하여 한라산을 등람(登覽)하면서 새겨놓은 것으로써, 우리나라 명승으로 지정된 백록담 내에서도 동벽과 북벽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으며, 제주목(濟州牧)에서 출발하는 한라산 유람의 주요 등산로였던 한천 상류인 탐라계곡에서도 발견되었다. 새겨진 글자는 한라산을 오른 이의 성명과 동행인, 날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간혹 호방한 필체로 오언절구를 새겨놓은 이도 있었다.
주요 전시작품으로는 제주목사로 부임해온 1758년 조위진, 1794년 심낙수, 1811년 조정철, 1836년 박장복, 1837년 조우석 등이며, 유배인으로는 1520년 김정과 1767년 정이환과 임관주, 제주인으로는 1767년 신호인, 1811년 김종보 등을 꼽을 수 있으며, 1966년 제주도지사 정우식 일행과 1955년에 한라산 정상에 세워진 한라산개방평화기념비도 탁본자료와 함께 전시하였다.
이번에 탁본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백록담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1520년 제주에 유배 왔던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의 저자 김정의 마애명과 간옹 이익, 조관빈과 조정철의 마애명 등이다. 그리고 탐라계곡내에서의 웅장한 행서체 글씨인 ‘은선동(隱仙洞)’마애명 탁본자료 등도 확보할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는 마애명 한자 원문은 관람객이 읽기 쉽게 현재의 어법에 맞게 좌에서 우로 가로쓰기와 띄어쓰기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마애명 설명안내판을 함께 전시하여 탁본원본과 실제사진을 수록하여 관람자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한라산내에 새겨진 마애명에 대한 조사는 1979년 홍순만 선생이나 1999년 오문복 선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을 통하여 이미 알려졌었지만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에서 2012년부터 2년간 한라산 백록담 및 탐라계곡 내에서 정밀 현지조사를 다시 실시하였다.
2년간의 조사를 통하여 타기관에서 이미 조사된 자료 이외에도 상당부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으며, 특히 칼바람이 살을 에는 백록담내에서의 탁본작업을 실시하여 큰 조사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자료 중에서 글자판독의 오류와 역사적 인물의 행적자료도 추가로 조사하고 수정하여 그 결과를 2014년에 발간한 『한라산의 마애명』에 전량 수록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내에 새겨진 옛 선인들의 행적과 발자취를 좇는 향토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명승 한라산이 수려한 생물다양성의 가치뿐만 아니라 소중한 역사문화적 가치 또한 품고 있는 유산(遺産)임을 다시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에서는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많은 탐방객과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자칫 붕괴 위험에 처한 백록담내의 마애명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향후 보전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