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은 <제25회 민주언론상 활동부문 특별상>에 전국언론노동조합 JIBS제주방송지부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JIBS제주방송지부의 지난 77일간의 파업 투쟁은 22년만의 제주지역 언론사 첫 파업으로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언론의 제 기능을 일깨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모습을 보여줘 전국 언론의 자성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3월 18일 전면파업을 시작으로 77일간 진행한 JIBS지부의 파업투쟁은 제주지역이 현재 89개 언론사가 밀집해 서로 뜯고 뜯기는 약육강식의 환경으로 언론의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은 마지막 자부심마저 빼앗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단순 노사 간의 쟁점을 넘어 언론의 가치 추구를 위한 투쟁으로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는 제주지역에 언론노동운동의 새로운 도화선으로 스스로가 하나 되어 언론을 바로 세우자는 결의의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노동단체 및 시민. 사회단체들과의 새로운 연대를 통해 지역 언론노동운동의 현 시점을 지역현안의 의제로 발전시켰다는 점에 선정의 의의를 두었다고 밝혔다.
JIBS지부의 부현일지부장은 “상은 채찍과도 같다.”며 “우리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언론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항상 지상파로서 지역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번 제25회 민주언론상 본상에는 세월호 관련 재판기록을 9개월에 걸쳐 분석 보도하여 해경 수뇌부의 조작과 은폐, 구조 지휘 실패를 낱낱이 밝혀내 법원의 유죄 선고를 이끌어 낸 <정은주 한겨레신문 한겨레21부 기자>가 선정됐으며, 보도부문 특별상에는 25년간 대법원 판례를 통계적으로 실증 분석해 각종 노동사건 처리과정과 사법부의 판단의 허점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심층 고발한 <경향신문> 강진구, 구교형, 김경학 기자가 선정됐다. JIBS지부와 공동수상하게 되는 활동부문 특별상에는 1000회 특집 3부작 ‘담장 위를 걷는 특권', 'VIP의 비밀 매뉴얼', '반칙의 공모자들’ 시리즈를 통해 사회 고발, 권력 감시, 정권 견제 등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준 SBS <그것이 알고 싶다>팀이 선정됐다.
민주언론상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상 선정위원회가 언론 민주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하여 1991년부터 매년 시상하는 언론상으로 제주지역에서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민주언론상 선정위원은 김진호(위원장/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 윤창현(SBS기자), 이강택( 언론노조 전 위원장), 최성진(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 이용마(MBC해직기자) 5인이 맡았으며 시상식은 오는 24일 오후 6시30분, 프레스센터 18층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 ‘JIBS를 도민의 방송으로’ 77일간의 파업 투쟁 개요 >
JIBS제주방송지부(이하 JIBS지부/ 지부장 부현일)는 ‘방송제작환경 개선, 근로여건 개선, 신사업 투명성 확보’를 명제로 지난 3월18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2002년 5월 개국한 JIBS의 첫 파업이자 제주지역 언론사 단위사업장으로서는 22년만의 사건이었다.
파업 후 조합원들은 강정해군기지 및 여미지식물원, 한라대 등 제주지역 쟁의사업장을 돌며 연대를 강화하고 지역 주민과의 대화와 여러 봉사활동을 전개함은 물론 “공공재로서의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이고 국민이어야 한다.”는 인식아래 방송공공성 강화와 국민의 기본권 확보를 위한 정당.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연대에도 힘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 5월20일, 도내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19개 단체로 결성된 ‘JIBS 방송정상화와 언론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의 활동은 제주사회에 언론이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각인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제주도의회 김태석의원(새정치민주연합/ 노형갑)은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제주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건강한 제주, 진정한 국제자유도시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역설했다.
이는 JIBS의 파업이 단순 노사관계를 넘어 지상파 지역방송으로서의 공적책무에 충실하고 공공성 확보에 가치를 둔 투쟁으로써의 의미를 부각시켰으며 제주지역의 현안의제로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했다.
JIBS조합원들의 양심선언, 전국 언론인들의 자성의 계기
파업기간 JIBS기자협회, JIBS PD연합회, JIBS 기술인협회는 각각의 성명을 통해 그간 JIBS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언론인으로서 불의와 맞서 싸우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특히 JIBS 기자협회는 “언제까지 기자들을 부끄럽게 할 것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치부를 용기있게 드러내고 ‘누워서 침 뱉기’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밝힌 참회는 전국 언론사 종사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기도 했다.
이 성명에 대해 방송기자연합회는 “JIBS지회가 발표한 성명서는 이 땅의 모든 방송기자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참회록과 같은 것”이라 평했으며, 또 다른 언론단체는 “이 성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언론사가 과연 몇 개사가 있겠냐?” 며 “이를 전국 언론계의 자성의 계기로 삼자.”며 자성의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전국 최소단위의 지역방송, 국제 언론기구의 연대 이끌어
JIBS의 파업사태는 급기야 국제 언론기구의 동참까지 이끌어냈다.
세계 140개국 미디어산업 종사자들이 가입한 ‘UNI GLOBAL UNION(국제사무직노조) 미디어분과’는 JIBS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JIBS에 발송했다. 요하네스 스튕거 미디어분과 국장은 서한을 통해 “UNI는 언론인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JIBS 노조의 경의를 표한다.”며 응원하며 “전세계 140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노조를 대표해 제작 환경과 노동 조건의 개선,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JIBS 언론 노동자 파업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UNI GLOBAL UNION(국제사무직노조) 미디어분과의 항의서한은 JIBS파업이 제주도를 벗어나 전국적,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켰으며 언론의 사명을 다시 새기고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한 언론노조의 역할을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77일만의 타결... 공정방송위원회, 신사업추진위원회 발족
‘JIBS 도민의 방송으로’ 사상 초유의 JIBS 파업은 지난 6월2일 노사 간 대타협을 이루며 77일 만에 종료됐다.
이번 파업으로 노사는 JIBS 방송강령을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한 공정방송위원회를 출범해 JIBS를 공정한 방송, 진정한 도민의 방송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지난 13년간(2014년 기준)의 유보금 320억 원 전액을 투자하는 신사업 관련해서도 신사업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신사업 진행 전 과정을 공개하여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수익창출 시 노사가 공동으로 지역사회 기여방안, 방송환경 재투자 방안 모색을 통해 방송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 외에도 30여 항목의 합의를 통해 애초 노동조합이 요구했던 ‘방송환경 개선, ’근로여건 개선‘ 등의 여러 합의를 도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