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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대신 부를수 있는 이름, 할머니’

어버이날 앞둬 기댈 곳 없는 나윤철군...‘오래오래 사세요’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된 나윤철군(20).

초등학교 2학년 때 경상남도 마산에서 6살 많은 형의 손에 이끌려 제주시 건입동 외할머니 집으로 온 뒤 형은 얼마있지 않아 마산으로 돌아가 버렸다.

당시 윤철군은 너무 어려 마산으로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시간이 흐린 뒤 엄마는 물론 아빠, 형,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외할머니에게 엄마 소식을 물어볼 때면 절대 모른다고 하셨어요”

10년이 지나면서 윤철군의 머리 속에서는 엄마와 아빠, 형의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외할머니 고생하는 모습에 집 나와...성지 쉼터서 생활

윤철군은 2년 전인 18살 때 집을 나와 여관 등을 전전하다 제주시 관덕정 부근에 있는 성지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해 왔다.

지금도 성지 쉼터에서 윤철이는 또래 보다 어린 학생들 5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관덕정 옆 한 주택에 마련된 성지 쉼터는 가출이나 가정해체로 인해 위기에 처한 남학생 청소년들이 일시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몸이 불편한 외할머니는 저 말고도 어린 손자 2명을 돌봐 주세요. 늙어서도 고생 아닌 고생을 하시는 외할머니를 보면서 무척 가슴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래서 윤철군은 집을 나왔다고 했다.

오는 8월 검정고시 합격...군복무 후 경찰시험 도전

집을 나오기 1년 전부터 한 달에 3~40만원을 받기 위해 피자 배달부터 식당 아르바이트, 막노동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지금은 웨이터 한 지 닷새 됐어요. 그런데 한 달만 하고 그만 둘 겁니다.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져서 힘들더라고요. 8월에 있는 검정고시에만 전념하려고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던 윤철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고시학원에서 검정고시를 대비해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재 8과목 중 수학과 사회, 2과목은 합격한 상태다.

군대 가기 전 영어, 국어, 도덕 등 나머지 6과목을 합격해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하겠다는 게 윤철군의 1차 목표다.
군복무를 마치고 나면 경찰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 절도하는 것 망보다 들켰다는 윤철군은 “당시 형사들이 잘 타일러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그래서 자신도 경찰관이 돼서 어린 친구들 많이 도와주고 보살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관 되려면 공부 잘해야 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8월 시험에는 꼭 합격해야죠”

“외할머니께 꽃도 달아 드리고, 고맙다고 말씀 드릴 겁니다”

멀지 않은 어버이날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윤철군은 “별다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예전에 엄마, 아빠를 많이 원망했다”는 윤철군은 “그런데 지금은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렸다”고 했다.

“기댈 곳은 없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합니다. 엄마, 아빠, 형 모두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윤철군은 외할머니께 손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어버이날에 인사드리러 간다고 했다.

“아이고, 이놈아! 어디 갔다 왔어? 왜 말도 없이 집을 나가?”
외할머니의 말씀이 선하다고 했다.

“집을 나온 뒤 2년 동안 외할머니를 한 번도 못 뵙어요. 돌이켜 보니 무심한 손자 였네요. 외할머니께 꽃도 달아 드리고, 그 동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겁니다”

특히 윤철군은 “지금부터라도 자주 찾아 뵈서 제가 돌봐 드려야죠”라며 어른스럽게 약속한 뒤 “외할머니께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5일 스승의 날에는 쉼터에서 1년 넘게 생활하며 공부할 수 있게 보살펴 준 김동욱. 김은하 선생님에게도 안부 전화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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