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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화려해서 불편한 '왕벚꽃 축제'

올해도 어김 없이 왕벚꽃 축제가 제주시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봄에 피는 벚꽃은 겨우내 황량한 풍경에 만족해야 했던 시민들의 눈을 만족시켜 준다.

 

어느날 화려하게 피는 벚꽃은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확실하게 알리기도 한다.

 

이즈음 가족들과 함께 꽃이 흐드러진 곳에서 사진도 찍고 얘기를 나누는 풍경은 보는 이들을 흐믓하게 해 준다.

 

그러나 벚꽃 축제는 저 멀리 일제 강점기와 연결됐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제주시와 함께 우리 나라에서 유명한 진해 군항제도 벚꽃을 주제로 축제를 즐기고 있다.

 

25회 째를 맞은 제주 왕벚꽃 축제와는 달리 진해 군항제의 유래를 보면 조금은 머쓱한 기분이 든다.

 

러.일 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진해에 벚꽃 나무를 대규모로 이식했고 '일본 세도가들이 봄철에 벚꽃 나무아래서 연회를 즐기는 풍습을 더해' 러. 일 전쟁 승리를 기념했다는 유래설이 눈에 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군인들이 입에서 회자됐다던 '사꾸라(벚꽃) 처럼 피었다가 사꾸라 처럼 지겠다'던 무사의 다짐도 벚꽃의 '화끈함'에 빚댄 것이다.

 

축제 일정에도 매년 '고민을 해야 하는 주최측'

 

이러한 배경이나 시각은 뒤로 하더라도 왕벚꽃 축제를 준비하는 제주시 공직자들은 매년 고민을 한다.

 

축제 일정과 벚꽃 개화시기가 맞물릴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다.

 

벚꽃은 특성상 한 순간 화려하게 피었다가 단번에 지고 만다.

 

은근과 끈기를 가진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 속에 이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꽃이 피기 전 '꽃 축제'가 되거나 꽃이 진 후의 '꽃 축제'가 되기 마련이다.

 

몇 년전 일찍 피는 벚꽃 때문에 개화시기를 늦추려고 나무에 얼음을 쏟아 부었다는 어느 공무원의 '적극 행정'은 지금도 벚꽃 축제시기만 되면 제주시청에서 떠오르곤 한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거나 철새 정치인'들을 일컬어 사꾸라(벚꽃)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님은 물론이다.

 

벚꽃 축제가 불편한 것은 시각의 옹졸함이거나 혹은 판단의 편협함이거나

 

조정래님은 한.일 합방 전후의 시대상을 얘기한 그의 소설 '아리랑'에서 벚꽃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쌀 수탈을 위해 가장 먼저 신작로를 건설한 곳은 군산과 전주를 잇는 길이다.

 

전북 김제 평야의 쌀을 군산을 통해 실어나르려던 일본은 이곳에 널직한 길을 만들었고 지역 주민들을 동원해 가로수로 벚나무를 대량으로 심는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벚나무를 심던 조상들의 애환을 조정래님은 적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떠올려 최근의 '위안부 협상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과서 수록' 등을 연결시켜 벚꽃 축제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것은 시각의 옹졸함일 수도 있고.

 

봄을 맞은 시민들에게 '꽃놀이를 즐길 공간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주시의 정책'에 대해 '하필이면 온 도민이 숙연하게 지내야 하는 4.3 직전'에 웃고 즐기는 것이 맞는 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판단의 편협함일 수도 있다.

 

봄을 즐기는 시민들이 벚꽃 나무 아래를 찾거나 혹은 유채꽃 밭에서 가족 소풍을 즐기거나 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다.

 

반면 사꾸라 축제를 시의 예산으로 마련해서 진행한다는 것 또한 어딘지 모르게 속이 불편해 진다.

 

축제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풍습, 문화, 가치관, 전통 등이 모두 녹아들어 만들어지고 즐겨야 한다는 기본 개념에서 보면 25회째를 맞는 제주왕벚꽃 축제 주최측이나 제주시는 '과거에도(일제 강점기 이전) 도민들은 벚꽃 개화 시기를 기념했다'는 기록 하나 정도는 제공해 줬으면 한다.

 

우리 조상들은 역사적 지식이 빈천한 입장에서 봤을 때도 '화려하게 폈다가 화려하게 지는' 벚꽃 보다는 은은한 향기를 내는 '매화'를 더 윗길로 치지 않았나 싶다.


 사족:문제가 많은 봄철 꽃 축제, 아예 기간으로 정해 진행하는 방안도

 

계절 축제는 진행이 상당히 어렵다.

 

봄꽃 축제만 하더라도 '꽃을 언제 피울지는 나무가 결심할 일이고' 사람은 그 속내를 알 수 없기에 언제가 적당한 지를 놓고 전전긍긍 할 수 밖에 없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제주에 봄꽃 축제가 없다는 점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피는 꽃을 시작으로 봄의 마지막을 알리는 한라산 철쭉제를 끝으로 '제주 봄꽃 축제'를 통합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

 

그럴 경우 '특정 주간에 특정 꽃 축제'를 하면 될 터이고 그렇다면 기간을 정하는 것도 한결 여유가 있을 법 하다.

 

이 대목에서 '무슨 벚꽃 축제'에 역사와 전통 등을 갖다 붙이면서 '흰소리'를 하느냐고 퉁박을 주면 할 말이 없다.

 

그냥 '벚꽃(사꾸라) 축제'를 즐기시라고 자리를 피해 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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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서리 부회장 침착한 판단과 행동으로 위급상황 시민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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