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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안내 120 콜센터』, 담당자를 찾습니다.

 

                                  『제주안내 120 콜센터』, 담당자를 찾습니다.

  

대륜동 주민센터 홍기확


 

 

 

 

과거 파주시에 재직할 2007년도의 일이다. 파주시장(당시 유화선 시장)이 기획담당에게 한 가지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지시는 간단했다.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 나오는 ‘24/7’을 어떻게 영어로 읽어야 합니까?”

 

 기획담당은 다시 나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연히 나는 이 책을 몇 개월 전에 영어로 된 원서로 구입해 읽고 있는 중이었다.


 “책은 있으니 ‘24/7’을 어떻게 읽는지와, 여기에 담긴 시장님의 의중을 파악해서 보고하세요.”


 내가 보고했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우선 24/7은 그냥 ‘투웬티 포 세븐(twenty for seven)'으로 읽는다. 그리고 앨빈 토플러는 이 단어를 미래 경영의 화두 중 하나로 삼았다.

 미래에는 24시간 1주일 내내, 즉 과거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닌 쉼 없는 영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게 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직장생활 및 영업이 전개될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이런 미래에는 행정도 24/7로 변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어쨌든 이 보고가 기폭제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파주시는 2007년 2월부터 24시간 민원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이례적으로 파주시, 안산시의 민원행정을 칭찬하였고 2008년 지방자치경영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유화선 시장은 차기 행정안전부 장관 하마설에도 오르내리게 되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의 『120다산콜센터』.

 간단히 말하자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작이다. 누구나 하는 민원콜센터를 서울시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2007년 9월 정식 오픈, 2008년 1월 365일 24시간 상담서비스 시작, 2010년 2월 외국어상담서비스(5개국) 시작 등 이제는 누구나 120만 누르면 모든 것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와 서울시, 두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누구나 하는’ 24시간 민원센터, 민원콜센터를 ‘누구보다 잘’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자면 민원인에게 정확한 안내를 통한 ‘신뢰’를 얻고, 이를 통해 빠르게 정책을 진화시킬 수 있는 ‘속도’를 얻었다.


 ‘신뢰의 속도’

 

 이 말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R. 코비의 아들인 스티븐 M. R. 코비가 쓴 『신뢰의 속도』라는 책에서 따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뢰의 수준이 문제 해결 속도와 정비례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책의 전반에서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코비리더십 센터가 주관하는 1주일짜리 신뢰의 속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교육에서 나는 최근 행정학의 화두인 ‘네트워크 조직’이나 ‘거버넌스(주민과 행정의 협치[俠治])’에 관한 정책에의 적용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오랜 길을 걸어 본론으로 돌아가, 우리 제주도의 이야기를 해보자.

 『제주 안내 120센터』의 운영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간단한 상담민원은 민간위탁한 업체 직원들이 상담하고, 민원(民怨)이나 민원(民願)은 해당 도, 시, 읍면동 담당자에게 연결을 해 주는 방식이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담당자를 찾을까?

 난 잘 모르겠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담당자를 찾는 것일까?


 제주도에서 처음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나는 서귀포시에 전입오고 나서 깜짝 놀랐다. 조직에 사람은 있는데 담당업무가 없는 것이었다. 물어보니 일은 하는데 조직도에 그냥 담당업무만 없는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더 심한 것은 조직도에 담당자의 사진이 없는 직원이 태반이었다. 다른 직장에서는 담당업무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징계의결 중이거나 대기발령, 명예퇴직 대기자라 생각되는데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관광도시답게 내․외부인의 전화 문의가 가장 많을 법한 관광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담당업무 기재율을 살펴본다.

 도의 관광정책과는 24명중 2명이 담당업무를 적어놓지 않았다.

 제주시의 관광진흥과는 36명중 절반인 18명.

 서귀포시의 관광진흥과는 96명중 무려 54명이 담당업무를 적어놓지 않았다.

 업무 미기재 비율을 보면 도는 8.3%, 제주시 50%, 서귀포시는 무려 56.3%이다.


 군대에 신임병으로 입대하면 처음에 하는 것이 선임병의 관등성명과 얼굴을 익히는 것이다.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처음에 하는 것이 조직도를 수도 없이 보면서 얼굴과 이름, 소속을 익히는 것이다.


 나는 아직 내가 근무하는 곳의 직원 이외에는 이름은 알지만 담당업무는 모르거나, 담당업무는 알지만 얼굴을 모른다. 게다가 민원인에게 전화가 와서 다른 동의 어떤 업무의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하면 조직도에 담당업무가 없어 그냥 아무나 ‘찍어서’ 전화를 돌려준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뭘까? 아마 민원인은 내가 ‘찍은’ 사람이 담당자라면 좋겠지만, 내가 잘못 찍었다면 전화를 1번 더 돌려야 할 것이다.

 업무협조를 다른 조직에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한번의 전화에 담당자를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다른 직원이 전화를 정확한 담당자에게 돌려 줘야 한다. 이 시간은 행정의 비효율뿐 아니라 비용의 낭비, 신뢰의 속도가 저하됨을 의미한다. 하물며 민원인은 어떻게 느낄까?


 왜 이럴까하고 하도 답답해서 다른 직원에게 왜 담당업무와 사진을 올리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이번이 5번째 직장인데 4번째 직장까지는 이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직원이었지만 답변은 참 섬뜩했다.

 “업무를 적어놓으면 민원인에게나 다른 직원들에게 전화가 많이 와서요. 사진을 안 올리는 건 제주도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다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진 같은 거 올리는 거 안 좋아해요. 서로 다 알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적인 정보들을 감추려고 하는 거예요.”


 흠. 나도 이젠 제주도 사람이라 이런 비판적인 글이 누워서 침 뱉기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우린 제주도 사람이기 이전에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이고, 더 나아가 도민에 봉사하는 공직자 아닌가?


 다른 지자체의 민원콜센터들은 안정기에 접어들고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의 민원콜센터인 『제주 안내 120센터』는 이제 걸음마를 하고 있다.

 차를 미리 사 놓고 나서 운전면허를 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수영복을 겨울에 미리 사 놓고 나서 여름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남들은 걸음마를 하다가 이젠 잰걸음을 걷고 있다.

 우리는 걸음마를 시작하는데 무작정 뛰려고 하면 어딘가 다칠 것이다. 미리 이곳저곳 살펴보며 문제점과 장애물을 미리 파악하여야 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


 담당자를 찾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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