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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한민국은 ‘봉숭아 학당’이다

봉숭아 학당 담임선생이 취임했다.

 

이 선생은 선생이 되기 전부터 봉숭아 학당을 맡는 것이 소원인지라 이 반에서 불우한 편인 한 학생에게 담임이 되면 ‘빵’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이 학생의 호감을 샀다.

 

이 학생은 다른 선생이 담임으로 오느니 ‘빵’을 주겠다고 약속한 선생이 왔으면 했고 당장 담임으로 부임하자 ‘뛸 듯이’ 기뻤다.

 

이 선생의 약속을 믿은 학생은 ‘굶기를 밥 먹듯 하듯 하는’ 가족들에게 ‘빵 선물’ 소식을 알렸고 식구들은 식구들대로 ‘이제부터는 배가 부를 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정작 담임 선생은 ‘부임 후 빵을 준다고 하긴 했는데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형편도 그렇고 다시 줘야 할 사람을 정해야 할 것 같고’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약속을 저버렸다.

 

학생은 맥이 풀렸다.

 

‘빵’을 못 먹게 됐다는 현실도 현실이지만 기대에 부풀어 있는 식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자니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는’ 탓이다.

 

이 속에서 ‘선생과 학생의 약속만 깨져버린 것’이 아니다.

담임이 ‘빵 줄 사람을 다시 정하겠다’는 발언에 이 반 학생들인 ‘맹구와 오서방’ 등 바보들이 나서면서 학급 자체가 야단이 났다.

 

자신에게 달라며 난리를 치는 통에 ‘담임 선생의 약속 위반’은 이미 남의 일이 돼 버렸다.

 

해당 학생만 ‘약속을 저버린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항변 할 뿐 맹구. 오서방을 포함한 나머지 학생들은 ‘혹시 떨어질 지 모르는’ 빵 고물에 침을 흘리고 있다.

 

또한 가관인 것은 ‘다음번 반장 당선이 유력한’ 공부도 잘하고 부유한 환경 속에서 고이 자란 한 소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왜 곤혹스런 질문을 하느냐’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담임 선생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발언한다면 ‘담임 선생의 미움을 살 뿐 아니라’ 빵 고물에 열 올리는 다른 학생들의 눈총을 살 지 모른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입을 다물어 버리면 ‘당초 빵을 갖기로 한 학생’만 섭섭해 할 것이라는 계산이 언뜻 뇌리를 스쳤다.

 

그 소녀는 ‘반장 당선’을 어릴 적부터 꿈으로 간직해 온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정이 있다.

 

그래서 ‘원칙을 얘기해 봐야’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고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을 이미 내렸다.

 

봉숭아 학당은 오늘도 시끄럽다.

 

약속을 어겼다며 징징대는 ‘학생’과 그 빵을 자신에게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맹구와 오서방’, 중간에서 조정 역할을 함직도 하지만 ‘내가 왜 골치 아픈 일에 껴들어’라며 모른 체하는 모범 학생이 뒤엉켜 볼상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담임의 해법은 뭘까.

 

빵 하나를 산 후 조금씩 나눠 주면 된다.

 

빵 조각을 얻어먹은 맹구와 오서방은 침을 흘리며 입을 다물 것이고 불만스럽지만 ‘처음 약속을 받은 학생’도 체념해 버릴 것이다.

 

이 학급은 그래서 ‘봉숭아’ 학당이다.

 

담임선생이 학생들에게 한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빵 조각이 누구 입으로 들어가느냐’에 더 눈독을 들이는 사회라서 그렇다.

 

봉숭아 학당에서는 오늘도 ‘내일은 내가 불고기를 가져와서 줄게’, 혹은 방과 후 ‘영화구경을 시켜주겠다’는 거짓 약속이 난무한다.

 

약속을 어기더라도 어영부영 빠질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학생들의 아이큐가 모두 한 자리인 탓에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는’ 따질 수도 없고 따지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제 입에 들어가는 ‘빵 조각’만이 중요하다.

 

봉숭아 학당은 내일도 반장의 구령아래 ‘선생님 안녕하세요’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약속을 어긴 담임이 ‘된장을 똥이라 하면 그런 줄 알고 똥을 된장이라 하면 그런 줄 안다.’

 

그들의 머리로는 거짓을 지적할 방법이 없다.

 

눈앞에 있는 ‘빵 조각’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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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자살률 증가에 대응해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고 자살 원인을 심층 분석하는 등 도 차원의 맞춤형 예방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9일 발표한 2024년 시·도별 자살사망자 수와 자살률 현황(잠정치)에 따르면 제주지역 자살사망자는 232명,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34.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도는 자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관기관 간 협업회의 개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위원회 중심의 민관 협력을 강화한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 교육을 확대하고 자살위기 대응 시스템도 개선한다. 또한 생애주기별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고위험군은 집중관리한다. 생명사랑 실천가게 운영과 정신응급 대응체계 강화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의 자살 급증지역 컨설팅 강화 방침에 맞춰 제주도도 지역별 자살 현황을 정기 점검하고 급증 지역은 원인을 심층 분석해 맞춤형 대응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자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지원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도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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