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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남준의 새 이야기

[연재 2부]관찰 24일만에 부화한 물꿩

수컷은 부화에 열중히고 암컷은 놀러다닌다.

 
7월 8일 토요일

장맛비가 지루하게 내린다.

태풍 에위니아가 올라온다는 소식에 바람도 세차게 불고 도 전역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오늘 촬영을 포기 할까 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만남인데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서기로 했다. 또 만약에 있으면 알을 낳았을까하는 기대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나서면서도 '다른 번식지로 가버렸을까', '오늘도 2년 전과 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데 알을 낳았으면 알이 물에 잠기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들면서도 한껏 부푼 마음에 용수리로 향했다.

제주시내에는 잔뜩 흐린 날씨였는데 월령리 쯤 도착 하자 장마 전선과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바가지로 퍼붓듯이 내리고 있다. 거기다가 천둥에 번개까지 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는 날이다.

라디오에서 들으니 이날 160mm의 비가 내렸다 한다. 용수리가 더욱 걱정이 된다.

 
용수리 습지 입구에 도착하니 다정했던 물꿩이 보이질 않는다. '아! 다른데로 가버렸구나'하는 순간 풀숲 사이로 무엇인가 보였다.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물꿩이다. '그럼 그렇지…….'

일주일 전 모습과 똑 같은 물꿩이 폭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났다. 흰 날개를 퍼떡이며 마름 위를 뛰어 다니며 먹이를 먹는 암수 한 쌍이 다정하다.

수놈이 갑자기 마름위에 납작 엎드려 않는다. 왜 저러지 하는데 퍼뜩 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알 3개가 확실히 보인다.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15컷 정도 촬영하고 방해 될까봐 조용히 빠져 나왔다.

7월 9일 일요일

 
망원경을 꺼내서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수컷이 여전히 포란(알을 품는 과정)하고 있었다. 암컷은 주변에서 먹이를 먹고 한가하게 놀고 있다. 무엇에 놀랐는지 수컷이 '파드득' 날아오른다. 순간 유심히 보니 알이 모두 4개가 아닌가!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초점을 맞추고 20~30컷을 찍었다.

전날에는 3개만을 확인 했는데 오늘은 4개가 보인다. 무사히 알을 깨고 새끼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7월 15일 토요일

 
새들은 알을 품고 있을 때는 굉장히 민감하다. 위험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사람들도 임신 했을 때 보호 본능 때문에 주변의 상황에 민감해지게 마련인데 새들이야 오죽하겠냐.

새들의 번식과정에 자연환경에서의 위험요소는 까마귀나 뱀들이 알을 훔쳐 갈 수도 있고, 맹금류들의 습격, 둥지를 파괴하고 먹이가 될 만한 환경을 제거해 버릴 수도 있고, 사람들이 지나 다니다 알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새들은 포란 기간에 그 어느 시기보다 민감해지기 때문에 새를 관찰 할 때는 굉장한 주의가 필요하게 된다.

이 시기에 여하한 위험요소가 느껴질 때는 알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 해 버린다. 육추(새끼를 돌보는 것)기간에는 포란기간보다 새끼를 포기할 확률은 줄어들지만 이때도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미 새들이 먹이를 계속 공급해 줘야 하는데 경험에 의하면 어떤 새는 위험을 느꼈을 때 3시간 이상을 기다려도 어미 새가 접근하진 않을 때도 많다.

이럴 때는 과감히 둥지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자칫하면 새끼를 모두 죽음으로 몰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둥지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상대방, 즉 새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이해되리라 생각 된다.

지금 이 순간에 새들이 둥지를 포기하면 다시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기에 이런 상황에서 특히 조심하게 된다.

 
어쨌든 물꿩이 무사히 포란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대해 보며 관찰을 하며 촬영을 계속했다. 물꿩의 특징은 암컷이 포란을 하고 새끼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미를 하고 둥지에 알을 낳으면 암컷의 역할은 끝나게 된다. 암컷은 알을 낳고 다른 곳으로 이동 한다고도 하는데 아직은 그냥 머물러 있다.

망원렌즈에 포착된 수컷은 마름위의 둥지에서 납작 엎드려 포란에 열중이다. 셔터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운데 멀리 떨어진 수컷 물꿩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7월 16일 일요일

언제나 주말 아침이면 직장 나갈 때보다 더욱 일찍 일어난다. 오늘은 더 일찍 일어난 것 같아 용수리로 갔다.

오늘은 가까이 접근하면 싫어 할 것 같아 망원경으로 멀리서 확인만 하기로 했다.

암컷은 둥지에는 관심이 없고 먹이 먹는데 만 열중한다. 마름 잎이 점점 갈색으로 변하고 있어 물꿩이 납작 엎드리면 위장효과가 뛰어나 일반인이나 맹금류에게도 포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7월 17일 월요일

 
제헌절 3일 연휴에 연속 방문이 이어진다.

3일 연휴인데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연휴 내내 집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에 여전히 둥지로 향한다.

9일째 포란 중인데 혹시나 무사한가 확인을 하려고 먼발치에서 둥지를 둘러본다. 물꿩은 여전히 무사하다.

7월 22일 토요일

망원경으로 아무리 찾아봐도 오늘은 암컷이 보이지 않는다. 수컷만이 포란을 하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둥지에서 황급히 벗어나 딴 짓 하다가 다시 둥지로 돌아간다.

주둥이로 알을 이리 저리 굴리고 날개 품속으로 알을 집어넣고는 납작 엎드린다.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아무리 찍어도 찍어도 제대로 찍히지 않는 것 같다. 둥지를 틀면서 녹색을 자랑 하던 마름도 잎이 갈색으로 변해 물꿩의 몸색과 흡사해졌다.

다른 습지도 있으나 마름위에다 둥지를 튼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둥지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주 안성맞춤으로 변하고 있다.

언뜻 봐서는 물꿩이 포란 중에 있음을 눈치 채는 이가 없을 것 같다. 야생의 세계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7월 23일 일요일

오늘도 여전히 암컷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다른데로 가버린 것 같다.

포란에 들어 간지 2주가 지나고 있다. 아직 알에서 깨어나려면 10일정도가 남았는데 장마가 길어져 날씨가 너무 좋지 않다. 카메라에 손이 왔다 갔다 한다.

 
7월 29일 토요일

물꿩이 포란에 들어 간지도 벌써 3주째. 오늘 가면 알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욕심에 늦게 일어나 오전 8시경 용수리로 갔다.

2주 동안 보이지 않았던 암컷이 돌아와 있다. '아무래도 바람피우러(?) 갔다 왔나?'

반갑기 그지없지만 암컷은 알을 낳고는 떠난 버린다고 알고 있는데 무슨 일일까? 추정 해보지만 새끼가 깨어나면 같이 키우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추측만이 무성 할 뿐, 제주에서 최초의 번식이기 때문에 정확히(?) 아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수컷은 10분에서 15분 사이에 둥지에서 나왔다가 5분 정도 있다가 다시 둥지로 들어가기를 반복 한다.

따가운 햇살이 둥지로 내려쬐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러내린다. 촬영하는데 안경이 걸리적거리고 손에 땀이 맺힌다. 가만히 앉아서 촬영하는 것도 이런 날에는 고역이다.

7월 30일 일요일

오늘 정도 알에서 깨어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오늘은 카메라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와 옷 까지도 완벽하게 갖추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많은 사연을 남긴 물꿩이 포란에 들어 간지 23, 24일째로 추정되지만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방해의 요인이 많이 있었지만 물꿩은 꿋꿋하게 둥지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방송과 신문을 탄 유명인사라서 그런지 벌써 육지에서도 소문을 퍼져 사진 촬영과 관찰차 내려와 둥지 옆에서 몇 시간씩 물꿩을 괴롭히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나와 똑 같이 물꿩을 사랑하기에 보호의 설득에 동조해 다음을 기약하며 둥지에서 빠져줘 고맙게 생각 한다.

집을 나설 때의 각오가 무색하게 오늘도 알에서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8월 1일 화요일

오전 11시경 갑자기 휴대전화가 몸서리치듯 흔들린다. 숨 가쁜 목소리로 조류연구가가 전화를 걸어온다. 현재 2마리가 빛을 보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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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수학여행철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점검
서귀포시(시장 이종우)에서는 본격적인 수학여행철 치안 및 안전관리를 위하여, 주요 관광지 및 유원지 등에 위치한 공중화장실 398개소에 대하여 불법촬영 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점검 대상은 관내 관광지, 공원, 오름, 전망대, 올레길, 터미널, 휴게소 등 시민 및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승지 및 다중이용시설 공중화장실이며,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이며 추가로 화장실의 내·외부 청결상태와 편의용품 비치 상태, 시설물 파손 여부를 점검한다. 점검 중 불법촬영 카메라 발견 시 점검 매뉴얼에 따라 지체 없이 신고하여 조치할 것이고, 그 외 경미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보완하고, 정비나 보수가 필요한 사항은 보수업체를 통해 신속히 수선을 완료하여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다. 이번 점검에는 전파탐지기, 렌즈탐지기 등을 활용하여 화장실 내부에 은닉이 용이한 환풍구, 쓰레기통이나 신체 노출이 있는 화장실 칸 하부를 집중 점검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될 수 있도록 점검할 예정이다. 서귀포시 기후환경과(과장 김군자)는 “시민 및 관광객들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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