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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집과 잘못 지은 집”

“잘 지은 집과 잘못 지은 집”

 
1990년대, 미국에서 만든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는 어리숙한 도둑들과 영리한 꼬마 케빈이 가족 모두가 휴가를 떠나 텅 빈 집안에서 일어난 소동을 재미있게 그려낸 영화이다. 주인공 꼬마 케빈은 혼자 집에 있었지만 집의 구조를 잘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여 도둑들을 골탕먹이면서 자기 집을 성공적으로 지켜낸다는 줄거리이다.

자신의 집을 온전하게 지속적으로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이 영화에서처럼 주인이 현명하게 대처하여 집을 지키는 경우도 있지만 집주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집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연재해로 인한 집중폭우로 인해 집이 침수되어 파손되는 경우가 그렇다.

필자는 태풍 “나리”로 인한 주택피해조사와 복구 작업에 계속적으로 참여하여 왔다. 주택피해조사를 위하여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주민들을 만나면서 원망도 많이 들었다. ‘도로를 확장하면서 물길이 달라져 피해를 당했다’, ‘도시개발이 잘못되어’, ‘대규모 골프장 개발로 피해가 컸다’ 등등. 이처럼 많은 항의에도 필자는 마치 죄인이나 된 듯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수해로 집을 잃은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원통하고 분하여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필자 역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아무 말 못하고 듣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자기 집을 지켜내지 못한 주인의 비통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라 믿으면서.

그런데 이번 주택침수조사를 하면서 보니 ‘잘 지은 집’과 ‘잘못 지은 집’을 확연히 구별해 볼 수 있었다. 가령 어떤 집은 지나치게 대지를 높게 건축하여 주변 지형의 흐름을 끊게 됨으로서 빗물의 흐름이 막혀 더 큰 침수피해를 보게 된 경우가 있었다. 즉 대지를 높여 집을 잘못 지었기 때문에 주변 주택들이 침수 피해가 더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 지은 집’이란 자연에 순응하고 주변을 고려하며 나지막한 돌담울타리 너머로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풍경이 있는 집일 것이다. 자기 혼자만 좋은 조망을 갖기 위하여 옹벽으로 성토하고 그 위에 성곽같이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주택들, 그것이 과연 잘 지은 집일까? 분명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전통초가의 올래에서 앞마당으로 이어지고 툇마루를 거쳐 진입하는 형태처럼 바람과 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공간구조를 가진 주택이 현대에서도 잘 지은집이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폭풍우에도 인근 지역 주택 침수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에서는 오는 11월 15일 ‘건축문화대상’을 시상하고자 작품들을 공모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침수피해를 계기로 참으로 ‘잘 지은 집’이 선정되고 이를 널리 알리여 우리의 훌륭한 건축문화를 한 차원 높게 계승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지적과 김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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