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일을 만들면 퇴직도 얼마 안 남은 사람이 괜히 번거롭게 한다고 할까봐 눈치가 보여요.’
최근 시외버스 요금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이성구 제주특별자치도 교통관리단장은 웃으며 말했다.
사석에서 이 단장은 “그래도 도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처리하고 공직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라며 “최종적으로 도 전역을 시내버스 구간화해야 한다는 것이 목표고 이 정책은 특별자치도라는 명분과 함께 도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실 공직자들이 회피하고 싶은 부서 중 하나가 교통관련 업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의식조사를 벌인 것은 아니지만 교통부서에 발령을 받은 공무원들은 울상을 짓는다.
제주도만이 아니라 전국 공통 현상으로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풀리지 않는 것이 교통문제임은 분명하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산다는 근본적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가장 밀접하게 일반 도민들과 상대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교통관련 부서 공직자들은 ‘밤 10시 이전에 퇴근해 본적이 없다’고 넋두리할 정도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치단체로는 보기 드물게 ‘공공요금 인하’ 정책에 나섰다.
곁에서 볼 때 만성적인 ‘운수회사의 적자 경영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 결국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정책이 아닌지 등 우려 섞인 시선이 뒤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도는 참신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공직사회에 ‘일 열심히 한다’는 것 외에 다른 평가요소가 끼어들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교통관리단 단장을 포함해 과장 2명은 남 다른 공직생활을 지내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소외됐거나 부당한 처분을 이겨낸’ 공직자들이다.
그저 적당히 일하면서 ‘서울시의 3% 퇴출 정책’에 불안감을 느끼는 공직자이기 보다는 ‘소신껏 일 하다 때가 되면 물러날 때를 알고 자리를 비켜주는’ 공직자가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제주도의 ‘시외버스 요금 인하정책’이 또 다른 정책으로 파급되기를 도민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