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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머니를 모시고 평화로를 달린 적이 있었다. 그 때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시던 모습이, 요즘 출근 길 도로변 화단을 볼 때 마다 떠올라 빙긋이 웃음이 난다.

요즘 제주도 어느 도로를 달리든 잘 정비된 화단들로 눈이 즐겁고, 평화로는 빼곡하게 들어 찬 깃발들로 드라이브가 더욱 상쾌하다.

시내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화단에 심는 꽃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화단의 모양도 세련되게 바뀌어가는 듯 하다. 전농로에 새로 정비된 화단을 보면 거리에 정원이 생기는 것 같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아쉬움도 있다. 요즘 같은 가뭄에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살수차를 보면 도내에 수많은 화단을 관리하고 있을 분들이 안쓰러워진다. 한 · 아세안정상회의가 끝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도로변 환경도 그렇다.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에 대한 대가가 지불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 도민으로서 갖는 딜레마 중의 하나다.

이 딜레마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어느 가게 아저씨로부터 얻었다. 서귀포의 도로변에 위치해있는 한 야구연습장은 시멘트로 마당을 깨끗이 덮어 개장했었다. 며칠 전 그 앞을 지나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열심히 화단을 정리하고 계셨다. 이곳에 흙밭이 남아있었던가 싶어 다가가 보니 동전교환 부스 옆 1.5㎡가 안돼 보이는 화단에 솔잎채송화 에델바이스, 그리고 치자나무 등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거리의 화분보다 더 풍성하고 탐스럽게 보였다.

야구장 장사가 한가한 때도 아니었는데 흙묻은 손으로 부스 안과 화단을 분주히 오가면서 정리하는 모습에서 조그만 화단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 화단에는 거리의 다른 꽃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한 사람의 여유마저 느껴졌다.

우리 주위에서는 자기 집 울타리 밖을 가꾸는 사람을 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가끔 담벼락 밑에 화초가 심어져 있거나 화분을 밖으로 내건 집을 보면 동네도 아담해 보이고, 주인도 박한 사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유럽배낭 여행 사진 속의 거리나 깨끗한 일본의 마을은 환경미화원이 많다고 이루어지는 거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이들 거리를 선망하는 것은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것을 가꾼 사람들처럼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삶이 아닐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주변을 가꿀 마음이 생긴다는 말도 맞다. 그렇지만 가난한 자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라는 점을 생각하다면, 조그만 화단이 바쁜 일상에 오아시스와 같은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봄에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작은 화단 하나 가꾸어 봄은 어떨까? 한 · 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끝나도 제주는 아름다울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를 담은 제주는 더 아름다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재무담당부서 김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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