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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천사, 송수호님을 기억하며

제주올레길을 만들고 지키다 떠난,,,

▲ 제주올레 '수호천사' 송수호님(1963년생~2016년졸)


"나는 올레꾼 중에서 로망님이 제일 좋더라!"


올레길을 걸으러 제주로 놀러온 나 로망에게, 송수호님이 종종 해주신 말이다. 


새로운 제주올레 코스를 만드는 데 서동성 탐사국장님과 함께 가장 큰 공헌을 한 제주올레 탐사대원(탐사실장)인 수호님을 처음 만난 날은, 2008년 3월 22일(토) 8코스(구4코스, 월평포구~대평포구) 올레길 개장식 행사 때였다. 그렇지만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였다. 수호님은 내가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만 간접적으로 나를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당시 8코스 개장식 걷기행사를 모두 끝내고 종착지인 대평포구에서 출발지인 월평포구를 지나 월드컵 경기장으로 돌아올 때, 나는 제주올레측에서 준비한 마지막 전세관광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그 때 그 전세관광버스를 운전한 분이 수호님이었다고 했다. 어느 날 그 때의 개장식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나 로망(그 때 사용한 필명은 '면도날')과 올레꾼 몇 명을 월드컵 경기장에 마지막으로 내려주었던 일을 수호님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올레길에서 나 로망과 수호님과의 '인연'이 맺어졌던 것이고, 세월이 흘러 '시절 인연'이 다해서 그런지 수호님은 먼저 이 세상을 떠났다. 나와의 만남이 있은 지 8년이 지난 2016년 11월 1일(수) 밤 11시, 사랑하는 아내인 경자님을 남겨두고 홀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버린 것이다. ㅠㅠ


수호님이 돌아가시기 몇 시간 전에 탐사대원인 혁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담당 의사가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영정에 쓸 사진이 필요하니 수호님 사진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였다. 나는 '올게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쓸 만한 사진을 찾아서 곧 보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영정 사진을 구했으니까 안 보내도 된다고 하였는데, 나는 돌아가시면 즉시 연락해 달라고 했다. 제주로 내려가 장례식에 꼭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곧이어 안은주 사무국장님과 서명숙 이사장님으로부터도 수호님이 오늘밤 넘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영결식장에서 추모용 영상자료로 사용할 수호님 사진을 찾아서 보내달라고 하였다. 올레 걷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기록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수호님 사진을 가장 많이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연락을 하신 것이었다.


평소에 무뚝뚝한 얼굴을 하면서 조용히 맡은 올레길 탐사 및유지 업무를 열심히 하시는 수호님은 사진 찍는 것을 꺼려하셨다. 그렇지만, 내가 사진기를 들이밀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취해 주시곤 했다.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 2008년도에 찍은 사진부터 오늘날까지 올레걷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찍은 사진을 모두 뒤져서 메일로 안은주 국장님에게 보내드렸는데, 바로 그날 밤 돌아가신 것이다.


수호님 사진을 한장 한장 살펴볼 때마다 그 때 일이 기억의 저편에서 새록새록 솟아났다. 2009년 1월 1일 새해맞이 올레걷기 행사를 1코스에서 실시할 때 찍은 사진 속에 수호님 얼굴이 처음으로 보였다. 2008년도에 새로운 올레코스 개장식이 열릴 때마다 담당 업무를 하시는 수호님과 걷는 일에 열심이었던 나와 부딪힐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 전에 찍은 수호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수호님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때는 방학올레 행사 때였다. 방학올레에 참가한 올레꾼들을 위해 뒷바라지를 하면서 함께 올레길을 걷기도 했기 때문에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새삼스레 그 때 방학올레꾼들을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던 일이 아련히 떠오른다.


나 로망의 인생 후반기 신나는 놀이터로 생각하고 있는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늘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곤 한다. 제주올레를 창안하신 서명숙 이사장님은 말할 나위도 없고, 새로운 올레길을 찾아내고 만들었던 그리고 지금은 관리하는데 애를 쓰고 계신 서동성 국장님과 송수호님과 고혁준님과 임연택님 등 탐사대원분들, 각종 올레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사무국 직원 분들, 그리고 각 코스를 맡아서 관리를 하고 계신 올레지기 분들이다.


내가 이러한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제주올레에 약간의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내드리고, 가끔씩 식사나 술 한 잔을 대접해 드리거나 조그마한 마음의 선물을 해드리는 것뿐이다. 내 주머니 사정이 허용하는 한, 앞으로도 이런 분들에게는 계속해서 해 드릴 예정이다. 직장 생활을 비롯한 내 자신의 삶이 고달플 때마다, 나에게 '자유와 평화와 행복과 사랑'을 가져다 준 제주올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면서.


올해 10월 제주올레 걷기 행사에 참여했을 때, KCTV 제주방송 취재팀이 나를 대상으로 취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질문 끝에 다음과 같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고, 나는 지체 없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주올레는 한 마디로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주올레는 한마디로 '자유와 평화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답변을 끝내고 잠시 후에 내 답변 중에 하나가 빠진 것이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수호님도 제주올레를 만들면서 그리고 그 길위를 걷고 있는 올레꾼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처럼 '자유와 평화와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올레길 위에서 '사랑'하는 경자님을 만나서 짧으나마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으니까, 제주올레와의 만남과 인연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내가 찍은 수호님의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평소 수호님 얼굴 표정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 '무뚝뚝하고 엄숙한' 표정이. 


이런 무뚝뚝하고 엄숙한 수호님이 활짝 웃는 모습을 드러낸 사진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경자님과의 결혼식 때의 표정 사진이다. '올레길 위에서의 사랑'이 열매를 맺은 결혼식 때의 웃는 얼굴 모습을 보면, 세상 모두를 가진 것 같은 행복한 표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옛 사람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희로애락의 연속 과정'이자 '희비 쌍곡선이 교차하는 과정'이 진짜 맞는 것 같다. 늦결혼이었지만 오래갈 것만 같았던 수호님의 행복한 결혼 생활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지나서 수호님 몸에 '이상'이 있음이 발견된 것이다. 재벌 회장조차 초기에 발견하기 힘들고, 발견이 되더라도 고치기가 힘들다는 '폐암' 징후가 나타난 것이었다.


내 직장 동료나 이웃 어르신들이 이러한 병으로 돌아가신 것을 몇 차례 경험한 나는 불길한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열심히 치료를 하더라도 1년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수호님은 작년(2015.10) 걷기축제 때 함께 참여하여 열심히 즐기기도 하였고, 세상을 떠나기 10여일 전에 있었던 올레걷기 축제 때(2016.10. 21)도 아내인 경자님과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면서 참여하기도 하였다.


치료 중에 있는 수호님과 몇 차례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면서 지내기도 했던 내가, 수호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올해 올레걷기 축제 첫날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시흥해녀의 집에서였다.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고 말씀도 어눌해진 수호님에게는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경자님에게만 간단히 목례를 했을 뿐이다. 속으로 얼마 못 사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후 열흘이 지나서 부음을 들은 것이다. 허무하고 또 허무했다.


올레길에서 만난 분들 중에서 세상을 떠난 분이 몇 분 있었는데, 나에게 커다란 슬픔으로 다가온 두 분이 있으니 그 분은 수호님과 방학올레 때 처음 만나 서울에서도 만남을 지속했던 튤립트리 영애님이었다.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하는 이러한 분들이 느닷없이 혹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죽음은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나도 언제까지 살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는 날까지 열심히 즐겁게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오늘도 살고 있다. 자유와 평화와 행복과 사랑을 늘 꿈꾸며. '카르페 디엠'의 정신으로!


수호님!

당신이 있어서 올레길에서 행복했습니다.

짧지 않은 인연이었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호님을 추모하며 로망이 올립니다.


2016. 11. 23(수) 밤 2시 10분

 


▲ 내가 맨 처음 찍은 수호님(왼쪽)과 서동성 국장님(오른쪽)이 새해맞이 올레걷기(1코스)에 참석한 올레꾼들에게 올레 스카프 선물을 나누어주고 있는 모습(2008. 1. 1.)

 

 

▲ 16코스(고내포구~광령리 사무소) 개장식 때 올레꾼들을 안내하고 있는 수호님(2010. 3. 27)

 

▲ 17코스(광령리 사무소~산지천 마당) 개장식 때 올레길을 만드는데 애를 쓴 탐사대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수호님 (2010. 9. 25)

 

 

▲ 18코스(산지천 마당~조천 만세동산) 개장식 때 수호님을 비롯한 탐사대원들을 서명숙 이사장님이 소개하고 있는 모습(2011. 4. 23)

 

 

▲ 2014 겨울방학 올레걷기 행사 때 함께 한 수호님(2014. 1. 4~1. 11)

 

 

▲ 서명숙 이사장님의 주례로 올린 결혼식 때 "만세!" 하고 외치고 있는 수호님과 경자님 (2014. 7. 19)

 

 

▲ 결혼식이 끝난 후 혜진님이 주는 결혼 축하의 떡을 나누어 먹고 있는 수호님과 경자님(2014. 7. 19)

 

 

▲ 2015 겨울방학 올레걷기 행사 때 함께 한 수호님(2015. 1. 12)

 

 

▲ 2015년 올레걷기 축제 때 서명숙 이사장님으로부터 사인도 받으면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 수호님(2015. 10. 30)

 

 

▲ 내가 찍은 수호님의 '마지막' 사진. 한 해를 보내는 송년 회식 때 식사를 하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너무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ㅠㅠ (201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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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공공 하수도 설치(변경) 고시’에 대한 효력을 일시 정지시켜 공사가 중단된 것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즉시 항고하고 행정절차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 과정에서 사전에 제주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없이 진행한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되 지역사회의 우려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후속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21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는 월정리주민 5명이 ‘공공 하수도 설치(변경) 고시 무효 확인’ 소송을 통해 집행 정지를 신청한 것에 대해 23일 인용 결정을 하고 고시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증설고시 무효 확인 소송의 항소심 선고일로부터 2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이에 제주도는 법원의 결정사항을 법무부에 보고하고 23일자로 증설공사를 일시 중지시켰으며, 집행 정지 결정사항에 대해 법무부에 항고 지휘요청을 하고 즉시 항고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2024년 1월 30일 고시 무효 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2월 2일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3월 20일 항소이유서 제출 등 항소 준비절차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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