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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수능시험 치르는 내 아이에게

추석날 친척들이 모였을 때, 초등학교 교장출신인 당숙이 네게 그런 말을 했지.

 

올해 수능 본다며? 인생이 달린 시험이네,,,‘라고.

 

그런데 나를 포함해 젊은 너의 사촌들과 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의 같은 목소리를 냈어.

 

무슨 인생씩이나 걸려요. 그냥 치르면 되지

 

그러자 너의 당숙은 , 시험을 잘 봐야 좋은 대학하고 좋은 직장도 가고, 그러는 거 아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

 

너는 그렇게 많은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라고는 했지만 뒷말을 잇지는 못했어.

 

아마 엄마. 아빠가 있고 친척들이 있는 데서 , 수능쯤이야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혹시 공부를 게을리 했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었거나, 부모들이 바라는 엄친아가 아니라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이 너의 머리를 스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서울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너의 사촌 오빠가 너의 말을 대신했지.

 

수능을 못 보면 그런대로 살면 되는 거고,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찾아 살면 되는 거지. 목숨 걸 필요는 없다.

 

나도 동감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때 목소리가 높아진 내 자신을 되돌아보니 은근 너의 수능시험에 신경이 쓰였던가봐.’

 

아빠로써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지.

 

딸인 네가 그동안 고생한 바를 수능시험에서 펼치고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어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아빠로서의 심정이야.

 

그 결과가 크던 작던, 남이 봤을 때 와~할 정도든 겨우 그 정도 가지고하는 반응을 보이던.

 

그건 상관이 없어.

 

네가 바랐던 그 결과를 얻기만 바랄 뿐이야.

 

돌이켜 보면 쫄레쫄레 큰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던 너의 초등학교 입학시절,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중2, 아침 등교시간마다 들리는 엄마와의 고성 섞인 짜증이 들리던 고교시절 등이 이번 15일 수능시험과 함께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허무하기조차 하다.

 

수능만 잘 보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찬란한 내일이 펼쳐지는 캠퍼스에서 낭만을 갈구하다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나 알콩 달콩 재미있는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수능이 주는 중압감은 실체보다 과장된 것 같아.

 

수능은 네 인생에서 마주치는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 앞으로 네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 쌓여 있어.

 

다만 수능시험은 첫 관문이기에 힘들고 높아 보일 뿐이지 지나고 나면 그때 그랬지라는 기억으로 남을 뿐이었어, 적어도 나에게는.

 

모든 부모가 제 자식만큼은 시험을 잘 치르고 원하는 점수를 얻기를 바랄 것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지.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은 결코 아닐 거야.

 

그게 내 자식인 너 일수도 있어.

 

또한 본인은 그럴 경우 마음이 아프고 실망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겠지.

 

어차피 삶이란 것은 나빠지거나 좋아지거나, 그러다가 반대로 흐르거나, 예측하거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미묘한 것'이라서 누구라도 이게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없어.

 

수능시험을 잘 보거나 혹은 못 보더라도 난 네가 거기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해.

 

수능이라는 산에 막히면 돌아가는 길도 있기 마련이고, 그 길이 오히려 자신의 삶을 밝혀주기도 하지.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는 한 부분으로 짚고 수능시험을 치러줬으면 한다.

 

아참, 수능시험 끝나면 책 많이 읽고 운동이라도 좀 하렴.

 

천천히 긴 호흡으로 너의 앞날을 가늠해보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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