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을 것으로 전망됐던 고희범 제주시장, 양윤경 서귀포 시장에 대한 도의회 청문회가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속담대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양 행정시장 공히 ‘적격’ 판단을 받으면서 도내 정가에서 흘러 다니던 소문은 ‘그냥 소문’에 그쳤다.
두 가지 경우의 수가 회자됐다.
하나는 고희범 제주시장은 통과, 양윤경 서귀포 시장은 부적격.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마당에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원희룡 지사가 내놓은 카드를 그냥 통과시켜주기는 ‘좀 그렇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아무래도 사회경력이 나아보이는 고희범 시장은 통과시켜주고 양윤경 서귀포시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나리오였다.
두 번째는 둘 다 부적격 판정을 내려버리는 것.
제주특별법상 감사위원장만 도의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도의회가 비토를 해도 원희룡 지사가 임명을 강해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는 뒷끝이 남게 된다.
도의회의 의견을 무시한 집행부가 될 터이고 향후 발생하는 잡음의 책임은 원 지사의 몫으로 돌리게 된다.
원 지사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되겠지만 도의회는 ‘민선 7기 첫 행정시장 내정자이니 만큼 협조하는 뜻’에서 이들에게 도의회 문턱을 넘게 했다.
흠은 있지만, 경력이 아까우니 통과?
고희범 제주시장은 청문회에서 ‘타운하우스 분양’건과 경기도 지방에 소재한 본인 소유 농지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소속이면서 보수정치인인 원희룡 지사의 눈에 든 이유도 함께 였다.
무난한 대답과 적절한 사과로 고 시장은 예봉을 비껴갔다.
양윤경 서귀포시장도 부동산 문제로 코너에 몰렸다.
그렇지만 시장직을 수행할 만큼 잘못은 아니었다는게 도의회의 시선이었다.
故 노회찬 의원의 지적이 문득 떠올랐다.
노회찬 의원은 사법부의 행태에 탄식을 거듭하면서 판결문 내용을 사례로 삼은 적이 있다.
기득권이 범죄를 저질러 판결을 받을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문구.
‘이러 이러한 죄를 지어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그동안 피고인이 높은 직위나 대기업을 경영하면서 국가에 끼친 공로를 인정해,,,’.
고관대작이거나 재벌이 범죄를 저질렀으면 일반인보다 더 큰 벌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 이 나라는 그들의 죄를 ‘높은 자리에 있었기에’라며 깎아 주기에 바빴다.
탈주 후 자살한 지강헌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그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도 같다.
이 대목에서 노회찬 의원은 비분강개하며 말했다.
‘이 나라의 농민이 죄를 지어 법정에 섰을 경우, 그동안 농사를 열심히 지어 국민 먹거리 마련에 힘을 썼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 점을 감안하여,,,’라며 죄를 줄여 준 적이 있느냐고.
또한 ‘이 나라의 노동자로 산업발전에 공헌한 점을 높이 사’ 감형을 해 준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도의회는 ‘부동산 문제 등 다소 비판받을 면은 있지만 고희범 제주시장은 언론사 사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양윤경 서귀포 시장은 4.3 유족회 회장을 맡았었다는 점’에서 ‘퉁’칠만 하다고 봤다.
차라리, ‘고 시장은 녹녹치 않은 정치 환경 속에서 본인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양 시장은 본인만 편안하게 살아도 그만일 터인데 유족회장을 맡아 고생한 점을 인정한다‘했으면 좋았을 터이다.
그들이 썼던 감투나 지위가 다소의 잘못을 넘어설 만큼 소중한 것이었다면 하루하루를 아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 있어 이 세상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