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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3 팔아서 출세 하려나"

어느 4.3 활동가의 뼈 아픈 독백

최근 30여년 이나 4.3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던 60대 활동가를 만났다.


평소 침착하던 그는 뭔가 하소연이나 하려는 듯 좀 격앙돼 보였다.


"아니, 그럴 수가 있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4.3 관련 단체에 지금도 활동 중인 인사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보수정치인 캠프에 몸을 담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적어도 4.3을 말하는 사람이 그래서는 안돼!


그는 단호했다.


새삼 4.3의 역사를 떠올렸다.


해방정국에서 한반도 절반이라도 차지하려는 이승만 일당이 미 군정의 비호 속에 제주도민에 본때를 보인 사건이 4.3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3을 공부하던 시절 구술 자료도 다시 기억해냈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이 걸음마를 막 하는 어린 아이를 모닥불에 집어 넣고 울면서 기어나오면 발로 차서 불로 내몰아 죽게 만든 일이라며 '그런 인간들을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최근의 정국에 빗대 ' 한반도 평화'는 그 때 '반쪽 총선반대'를 외쳤던 제주 도민들의 바람과 같았던 셈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4.3을 일으키고 도민들을 박해했던 이 나라의 수구보수 정당의 역사에 대해서도 그는 꿰었다.


일본강점기 시절 친일파들이 살아남아 4.3 비극의 가해자인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형성했고 뒤를 이은 5.16 박정희 쿠테타 세력은 연좌제로 제주도민을 옥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좌제로 인한 도민들의 피해는 전두환 민정당, 노태우 민자당으로 연결됐고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만년빙하처럼 강고하게만 보였던 얼음벽이 녹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현기영 선생은 '북촌리 학살'을 주제로 삼은 '순이삼촌'을 펴냈다가 정보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도내에서는 장정언 전 도의장이 도의회내에 '4.3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도중에 '정보기관 관계자에게 협박성 발언'을 숱하게 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4.3추념식에 참가, '도민에게 사과'했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도 잠깐.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4.3 추념식에 발길을 끊었고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그들 대통령 소속 정당은 4.3진상규명 등을 방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발했다.


다시 제주도민들은 보수정당의 비뚤어진 시각에 몸둘 바를 몰라 한 것이 사실이다.


활동가는 숨을 몰아쉬고 보수정치인에 붙은 4.3 관련자들에게 일갈했다.


"어떻게 4.3을 말하는 사람이 보수정치인의 당선을 위해 뛸 수 있는지 그 속내를 도저히 모르겠다."


"4.3 전문가라면 이 나라 근현대사를 모두 공부한 사람들인텐데, 보수정당에서 정치를 하고 여전히 보수정치인 행세를 하는 인사 밑에서 자신이 배운 바에 먹칠을 할 수 있느냐"면서 "알량한 자리 하나 노리고 그런다면 정말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들이 다시 민주.민중을 들먹일 거라는 점, 마치 해방정국에 친일파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오듯.


활동가는 역사란게 크든 작든 반복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되돌아보면 친일파들이 해방정국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신분변신을 도모했듯, 아마 보수정치인을 위해 일하는 4.3 관련자들도 지방선거가 끝나면 모른체하고 '진보적 레토릭'으로 다시 무장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철면피들이지, 철면피, 본인이 한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출세나 하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지."


"일본강점기 시절 친일파들도 그랬다 잖아, 어쩔 수 없었다 혹은 해방이 그리 빨리 올 줄 몰랐다 등등 핑계는 널려 있다는 거야".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쓸쓸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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