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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광주,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삿갓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 인사청문을 보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갑자기 귀가 간지러워 새끼손가락을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입에서 광주정신, 광주시민에게 사형판결을 내린 후보가 어떻게,,,’라는 말을 들으며 쓴웃음 대신 아지 못할 분노가 치솟았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모토였던 행동하는 양심을 꺼내며 김 후보자를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께서 광주 5.18 정신을 그리 생각하시니 헌법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포함시킬 때 많은 협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에둘러 짚었지만 어쩐지 성에 차지 않았다.

 

고 백남기 어르신의 딸인 백도라지씨도 자유한국당 의원들께서 5.18을 언급하는게 타당하냐며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은 또 어용 대학교수, 어용 시민단체라며 5.18 관련 단체들을 비난했다.

 

기가 찬 한 대학교수가 말 조심하라고 반발했을 뿐 그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정신 되살리기에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외계인 영화를 다룬 토미 리 존스, 윌 스미스 주연 맨 인 블랙'에도 유사한 장면이 나온.

 

만년필 같은 도구를 꺼내 , 집중해 주세요하고 반짝 빛을 내면 일반인들은 외계인을 만났거나 본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는다.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일인 탓에 두 주인공은 외계인을 처리하는 작업을 마치면 이 과정을 반드시 반복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무엇 때문에 과거를 까맣게 잊었을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은 예상됐다.

 

김 후보자는 통진당 해산 시절 소수 의견을 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문제 삼아 자격 시비를 할 것이라는 쯤은 당연한 예측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내친김인지 한걸음 더 나갔다.

 

5.18 민주화 운동을 거론하며 김 후보자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청문회를 본 누구나 어안이 벙벙해 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의 당당함에 혹시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돌이켜 보면 12.12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일파가 민정당을 만들었고 그 당은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명맥을 이어왔다.

 

지금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시민들을 학살한 전두환 정권의 적자임에도 인사청문회에서는 광주민주화 운동은 전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과를 따질 수 있는 처지라고 착각하는 듯 하다.

 

조부를 조롱했다 방랑길에 오른 김삿갓처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우리가 흔히 아는 방랑시인 김삿갓(1807~1863)의 본명은 병연(炳淵)이요, 삿갓을 쓰고 다녔기에 흔히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이라고 부른다.

 

그의 조상은 19세기에 들어와 권력을 온통 휘어잡은 안동 김씨와 한 집안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익순(益淳), 그의 아버지는 안근(安根)이다.

 

그는 세 아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때 그의 집안은 부러울 것이 없었다.

 

벼슬이 높았던 그의 할아버지는 그가 다섯 살 때 평안도 선천부사로 나가 있었다.

 

그런데 1811년 평안도 일대에서 홍경래가 주도한 농민전쟁이 일어났다.

 

 이때 농민군들은 가산 · 박천 · 선천을 차례로 함락시켰는데 선천부사 김익순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 뒤 김익순은 농민군에게 항복해 직함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경래 난이 진압된 이후 집안은 몰락했고 이 사실을 모르는 김병연이 과거에 응시, 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이라는 그의 할아버지 김익순을 조롱하는 시제로 장원급제하였다.

 

나중에 그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임을 안 김병연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다면서 평생 삿갓을 쓰고 방랑길에 올랐다.

 

1980년 이후 대한민국 정치사를 한번 더 찬찬히 떠올려 보기를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들이 광주민주화 운동을 보는 시각이 청문회 발언과 같다면 조부를 조롱한 김삿갓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고 삿갓을 쓰고 떠날 인물이 한명이라도 있을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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