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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다녀 간 제주시청 주변 '반나절'

1500억여원 투자 말하는 사이, '최저임금 1만원' 목소리도 높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열린 26일, 2.3일 전부터 VIP(대통령을 의미하는 행정관청 주변의 지칭어)가 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반 도민은 '삶에 바빠', 신경 쓸 겨를이 없지만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한국형 실리콘 비치' 조성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 왼쪽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부와 다음카카오가 함께 하는 이 사업에는 IT·문화, 스마트 관광, 뷰티, 신재생에너지 벤처육성 등에 총 1569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실리콘비치는 미국 LA 인근 산타모니카 비치와 베니스 비치를 중심으로 조성된 IT, 소프트웨어(SW), 문화 등의 벤처 중심지로 37만여개 IT업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20억달러의 벤처 투자가 이뤄졌다.


1569억원의 투자와 한국 돈으로 대충 2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불러 온다는 어마 어마한 소식이 제주시 벤처마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들려왔지만 일반 서민들은 '그런가 보다'하는 표정이다.


제주 실리콘 비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박 대통령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일정표는 시청 내부를 바쁘게 했다.


이날 대통령의 동선은 벤처마루에서 행사가 끝나면 예전 제주시의회 청사로 쓰였던 1 별관에서 오찬을 갖기로 했다.


VIP의 오찬 준비는 며칠을 두고 이뤄졌다.


제주시는 1별관 주차장 도색 작업을 마쳤고 26일 당일에는 주차장을 텅비게 했다.


평소에는 북적이던 제주시 1별관 주차장이 26일 경호문제로 텅 비었다.


경호상의 문제로 화약 냄새를 흝는 때깔 좋은 세퍼드를 보는 시민들의 눈이 동그레졌다.


제주시는 본관과 오찬장으로 사용된 1별관을 임시차단했다.


이 통로를 이용해 일을 보던 공직자들과 시민들은 이날 불편했지만 이어폰을 끼고 정장의 건장한 경호원들에게 질문 조차 못하고 알아서 돌아 가기도 했다.


어머 나, 박 대통령 팬인데, 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본관에서 1별관으로 민원을 보러 가던 한 50대 초반 여성은 경호원이 돌아서 가야 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갸웃했다.


대통령이 와서 경호 문제로 그렇다는 말을 생략한 탓에 이 여성은 주위에 사정을 알아봤다.


"지금 벤처마루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 경호문제로 오늘만 본관과 별관을 차단했다"는 주위의 말에 이 여성은 "어머 저 박 대통령 팬인데요, 한번 뵀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이를 듣던 한 주변 사람은 "어려울 겁니다, 볼일 빨리 보시고 가시는게 나아요"라며 웃었다.


이날 별관 주차장이 통제된 가운데 이 여성은 "본관 주차장도 꽉 차서 차도 먼 곳에 세웠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침부터 정장한 건장한 사람들이 많이 보여 무슨 일인가 했어요


4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시청 쪽으로 가자는 말에 "지금 그 부근  살벌하던데요, 알고 보니 대통령이 무슨 행사에 참석한다던데 도대체 무슨 행사인지 모르겠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이 대목에서 기사와 손님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의식적으로 삼가하는 어색한 광경을 연출했다.


막상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뭐라 하기가 꽤나 불편했던 모양.'


'뭐, 창조경제 관련 행사가 있나 보던데요'라고 손님은 툭 던지듯 대꾸했고 목적지에 도착한 기사는 요금표의 금액을 살폈다.


박 대통령님, 최저임금 시간당 만원은 돼야 합니다. 월 110만원으로 살아 보시렵니까


민주노총은 최근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구호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청 앞 버스정류장 근처와 벤처마루와 연결된 광양 네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시 5별관 너머 벤처마루에서 1500억여원 투자. 2조 경제효과가 언급되는 사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문제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관계자의 연설에는 드문 드문 '어떻게 사느냐, 비정규직, 사회 양극화'라는 단어가 강조됐다.


거의 무표정하게 민주노총 관계자는 1569억원과 2조원이 거론되는 벤처마루 내부와는 달리 1만원을 내세웠다.


동석한 다른 관계자는 "한달 110만원으로 요즘 사람이 살 수 있느냐"고 물은 뒤 "대통령은 최저임금으로 받는 한달 110만원으로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최저 임금 만원은 돼야 그래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탄 차라도 봤으면, TV서 보는 것하고 같아?


제주시청 부근에는 부동산 관련 사무실이 꽤 있다.


부동산 업계는 지난 대선에서 야당보다는 여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도내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적 완화'라는 경제용어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돈이 풀려야 부동산이 살아나고 우리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고 여당이 돈을 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수수료율 인하 정책에 뒷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이날 옛 상공회의소 앞 길가에 서 있던 50~60대 부동산 업계 종사자 3명은 혹시 박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하면서 서성댔다.


'차로 이동할 예정이고 얼굴이야 TV에서 많이 나오 잖아요'라는 말에 이들은 "TV하고 직접 보는 것하고 같아? 차로 이동한다면 대통령 차라도 봐야지"라면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가까운 시점에 한창 바쁠 것으로 보이는 식당 여사장님과 주방장도 길가에 나섰다.


이들은  60대 여성으로서는 흔치 않게 '반 새누리당'의 정치 성향을 갖고 있어 식당을 찾는 손님들과 재미있는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왜 나왔냐"는 질문에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볼까 하고"라고 시쿤둥하게 잘랐다.


앞선 50대 초반 여성의 표정과 이들의 얼굴색이 사뭇 다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오후 일정을 잠깐 소화하고 바로 서울로 돌아간다.


그리고 남은 제주 도민들의 삶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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