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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월호 1주년에, '우리의 자화상은'

상식적인 나라에 살고 있다면 이름도 낯선 맹골수도의 차디찬 물속에 302명이 숨을 거두는 사태가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선령이 다한 여객선을 들여 와 제주와 인천을 오가는 뱃길에 사람들을 태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정부는 배의 안전성을 해치는 '선박개조'의 길을 터주지 않았을 터이다.


상식적인 사회에서도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보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그 소속 기관을 따지지 않고 총력을 기울여 한명이라도 더 살려 낼 방안을 찾았겠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언딘'이라는 회사를 중심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만시지탄을 국민들은 지켜봐야했다.


상식적인 나라라면 사고 이후 '왜'라는 문제에 모든 힘을 쏟아야 했다.


낡은 여객선 증축은 '왜' 허가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는지를 비롯해 사고 직전 아이들이 찍어 보낸 스마트폰 사진들은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그처럼 큰 배가 '왜' 급커브를 긋다가 기울며 침몰했는지, 가거도에서 폭파 사고로 최근 비극을 맞은 해경헬기 511호의 녹음기록은 '왜' 훼손됐는지, 실질적은 구조작업은 왜' 늦어졌는지 등이 아직도 아리송하다.


누구도 '이렇다'하는 설명을 해주지 않을 채 세월호 비극은 이제 364일째를 맞았다.


세월호를 보는 세가지 부류의 인간상


1년을 지내는 동안 우리 사회는 민낯을 드러냈다.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반응은 대략 세가지 부류로 보인다.


극히 개인적인 분류법이지만 세월호 유족과 같이 하는 국민들이 있다.


행동이나 목소리를 같이 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에 대해 '미안해 하면서' 여직 TV에서 관련 소식만 나오면 가슴을 쓸어 내리는 국민들이다.


또한 그들은 최근 신문 등에 게재된 1주기 관련 소식을 보면서 때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보수언론과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기도 한다.


두번째 부류는 '유가족들을 동정하면서도 이젠 그만,,,'이라고 툭 내뱉는 부류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수긍하다가도 나중에는 맥 빠지는 결론으로 이끌어 버리는 부류들이다.


마지막 부류는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 나타나 피자를 먹으며 조롱하는 부류들.


애초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봐왔던 그들이기에 관심조차 두고 싶지 않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교통사고'라고 분석하고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피자를 먹는 부류들에게도 든든한 빽이 있음을 알게 된다.


솔직히 두번째와 세번째는 같은 부류다.


두번째는 세번째에 비해 좀 더 진중하고, 남들 눈치를 살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주를 싱가폴보다 더 먼 섬나라로 생각하게 한 우리의 '각하'는 그날 남미로 떠나신다는데,,,


싱가폴 리콴유 전 수상의 장례식날 박근혜 대통령은 선친의 친구인 리 전 수상 장례식장으로 떠났다.


전용기를 타고 아마 다섯 시간 이상을 날아 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선친의 친구(확인해 볼 길은 없지만)가 떠나는 길을 자식된 도리로서 지켜보겠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박 대통령은 수만명이 '부당한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제주 4.3 추념일에는 제주를 찾지 않았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제주가, 싱가폴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고 한 도민은 토로했다.


아주 상식적인 나라라면, 세월호가 침몰한 지 딱 1년이 되는 4월 16일, 그날에는 유족들이 마련한 추모식장에서 대통령은 누구보다 미안해 해야 하고, 유족들은 유족들대로 그런 대통령을 껴안고 위로하면서 '눈물 바다'를 이뤄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 눈물이 1년 동안 엉킨 사연과 아픔을 씻어내고 피지 못한 채 숨을 거둬야 했던 아이들의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


그러나 '경제활성화와 젊은이의 일자리 마련'에 노심초사하는 우리 대통령은 16일 남미로 떠난다.


125개사에 달하는 사상최대 경제사절단이라고 언론이 보도했다.


혹시 돌아와서는 '젊은이들이여 중동으로 가라'에 이어지는 2탄으로 '젊은이여 남미로 가라'고 할 지 모르겠다.


'니가 가라 중동'이라는 답변에 불편했다면 '남미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우리 기업들이 적극 진출해야 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다소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아마 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중이거나 후에는 언론 등을 통해 '얼마, 얼마 규모의 MOU를 체결했고 이로 인해 일자리 몇 개가 창출됐다'는 기사들이 떠오를 것이다.


유족들은 울고 있는데, 차마 가슴에 묻은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억지로 눈을 돌리게 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유족들, 그들과 아픔을 같이 하는 국민들에게 박 대통령은 '남미의 어느 나라 대통령' 정도가 아닐 까 싶다.


세월호가 맹골수도에 침몰한 지 딱 1년, 대한민국의 세월은 이렇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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