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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12일 예쁜 딸 하영이가 태어났다. 어린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는 건 참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불안하게 휘몰아친 태풍‘매미’처럼, 그 후 얼마 안되어 남편은 사업 실패로 종적을 감춰 버렸다.
남겨진 건 엄청난 빚과 우리 하영이었다. 결국 한 달도 채 안된 어린아이를 데리고 동생집에서 지내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겨우 비행기 표만 마련할 만큼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마음은 그보다 열배이상 아팠다. 그래도 방실방실 웃어주던 하영이와 나의 가족들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에서 청소년지도사로 가정해체 및 해체위기에서 상처 받고 있는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의해 내버려지는 아이들, 갑작스런 사고에 의해 이별하는 아이들, 부모들의 갈등 위기 속에서 마음아파 하는 아이들, 어쩌면 그 아이들은 내가 아팠던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어려웠어도 의지할 가족이라도 있지만, 이 아이들은 그 가족들로 인해 상처받고 아픔을 간직한 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힘이 들까?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얼마나 외로울까?' 라는 나의 아팠던 경험들이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아프고 남의일 같지가 않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을 위해 나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보듬고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어려운 아이들을 가정에서 돌봐주는 "가정위탁보호사업"을 알게 되면서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자신의 가정에서 위탁하여 키워주고 친부모가 자립을 하면 기쁜 마음으로 돌려 보내주는 진실로 고마운 분들이다.
이러한 위탁가정이 도내에 289개 가정에서 401명이 보호 된다고 하니 놀랍고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중에는 친부모를 대신해 연로한 조부모들이 손자들을 어렵게 돌보는 가정들이 많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아이들이 따뜻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내가 어려웠을 때 지탱해준‘가족’이라는 큰 힘이 있었듯, 우리의 어려운 아이들에게도‘가족’이라는 힘을 알게 해 주고 싶다. 그래야 다시 이 아이들이 가정을 꾸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어려운 이들을 보듬으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비록 친부모와 헤어져 있다고 하여도 아이들에게‘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위탁가정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그리고 넉넉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가정의 행복을 나눠주는 위탁가정 천사들을 응원하다.
마지막으로 "방과 후 아카데미"를 통해 내 힘이 닿는 한 나의 작은 위로의 말이 그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줄 수 있기를 소원한다. 나아가 이 아이들의 행복이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의 행복"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정해체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정치적인 유권자는 아니지만, 결국 그들이 성장하여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