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속에 피어나는 사회

  • 등록 2008.12.22 12: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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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사방이 온통 흰 눈이다. 간밤에 아홉시 뉴스에도 밤중에 눈이 온다고 하였는데 자정까지도 오지 않던 눈이 내가 깊이 자는 사이에 조용히 내렸는가 보다. 출근을 서두르면서 바깥을 보니 멀리 바라다 보이는 마을과 바다가 온통 흰 눈에 덮여 있다. 삼나무는 눈 흰 모자를, 동백나무는 송이송이 눈꽃 송이를 만들고 있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바람이 세차게 지나간다.

지난주에는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 국제 예술 경연대회에 주최 측의 초청으로 4박 5일 간 머무는 말레이시아는 사방이 온통 초록색이다. 연중섭씨 18도에서 24도의 기후로 인해 우리나라처럼 가을이 없다. 아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있어도 우리처럼 계절 감각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4일간을 지내면서 가을이라 해도 단풍이 전혀 없는 초록색만이 있는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인천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온 몸을 휘갈아 가자 ‘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오랜 동안 살아 온 생활환경은 이렇게 내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생활관과 인생의 모든 것들을 변화하게 만든다. 분명 따뜻한 온도가 나에게 맞을 것 같지만 자연스럽게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의식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처럼 사람이 살아가면서 환경에 의하여 적응과 의지와 신념 속에 내 자신이 가야할 목표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망년회가 많아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는데, 동창회, 친목회, 다양한 단체와 모임을 가지면서 만나게 되는 회의와 토론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 때 마다 한마디씩 터져 나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모두 같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어디에서도 주장과 반대 속에서 甲論乙駁을 하다 보면 괜히 좋은 분위기가 깨어지고 그 속에는 양론으로 나뉘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화합과 단합이라는 목표를 안고 모이는 단체들에는 늘 이러한 시한폭탄과 같은 요소들을 안고 있다. 언제부터 이러한 요소가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어쩌면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는 이러한 요소들은 늘 존재하는 것이기에 리더나 집행부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에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고(겨울다운 것이 되기 위해서는) 기온도 내려서 추워야 겨울다운 것처럼, 계절에 알맞은 자연의 이치를 헤아리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앙상한 나무이지만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되어 분명 새싹이 돋아나고 꽃들도 피어난다는 믿음을 우리들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서 배우고 있는 인생의 이치들을 사람들 속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 계절이 지나면 그 무엇이 오고 가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면 우리들 사회는 그렇게 많은 주장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십 육십을 거치면서도 아직도 주장을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사람들, 오랜 인생의 다양함들에서 인생의 원칙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들끼리도 이러한 의혹과 주장들이 난무하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경험하면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는 아침이다.

믿음 속에서 피어나는 밝은 가정, 모임, 단체, 사회, 국가는 서로가 해야 할 일들에서부터 출발한다. 계절이 그 계절 속에 해야 할 일들을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강문칠 기자 mck@ct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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