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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자이자 음악평론가인 예총 강문칠 제주연합회장. |
대학을 들어가면서 공부 보다는 내가 택한 전공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택한 전공에서는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승부를 건다. 그러나 어떠한 분야에서건 승부는 존재하는 것이며, 그 속에서도 1등, 2등---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결혼을 할 때에도, 직장을 정할 때에도,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할 때에도,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자식에게 거는 기대와 노력들이 내가 살아왔던 승부가 반복 되는 인생, 사람은 승부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은 늘 생활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승부욕은 인간과 이 사회, 국가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승부욕이 지나쳐서 인간관계를 파손하게 하고, 친구와 사회 간, 단체 간, 국가 간의 우정과 화합을 깨트리는 경우는 다반사의 현상이다. 인간사가 이렇게 승부의 생활이라 하드라도 승자에게 칭찬과 격려, 박수를 보내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규칙이 정해져 있고 그 이외에 규칙이 정해진 승부에서는 승리자에게, 선택이 된 사람에게 인정을 하지만 규칙이 없는 인간관계와 앞에서 예를 든 많은 경우는 질시와 무심해 버리는, 승부에서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라는 60여만 명이 살아가는 자그마한 섬, 우주상에 너무나 작은 이 곳에 살아가면서도 숱한 승부가 벌어지고, 규칙 없는 경기에서는 아우성이 많다. 승부를 하는 게임에서는 상호간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경기 종목에 대한 지식과 능력, 재원, 여건 등등 경기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준비해야 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하며,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 소홀로 빚어지는 게임이 끝난 뒤에 부정이니, 승부조작이니, 관권개입이니 하는 승부를 인정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주를 아름다운 섬, 평화의 섬이라고들 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빚어지는 불화와 불신들, 열심히 살아가도 힘든 인생인데 주변의 불신의 사건을 접하거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인생살이가 어려워짐을 느낀다. 승부가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는 없어도 지나친 욕심에서 펼쳐지는 제주 사회는 아름답기는 커녕 진흙탕 속의 사회 같은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이러한 현상에 지친 도민들은 자꾸만 산을 오른다. 오름을 오른다. 혼자 있기를 선호하게 된다. ‘홀로서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군사정부를 외면한 많은 국민들이 했었던 현상들이 지금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승부는 언제나 상대방이 있다. 이 사회에 조용한 다수들(silent majority)이 중심에서 이탈하여 ‘홀로서기’ 운동에 빠지고 있는 이 현상을 바라보면서 우려를 하게 된다. 건강을 위한, 제주 자연을 음미하기 위한, 浩然之氣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많은 제주도민들이 함께 혼탁한 사회, 평화롭지 못한 사회를 진단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 경기에는 심판이 있다. 양자에게 균형과 조화 있게 경기를 잘 이끌어 내는 신뢰 있는 심판이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심판, 반칙을 하는 선수에게는 과감히 노란 카드를 보내고 심한 경우에는 빨간 카드를 꺼내어 경기에서 퇴장을 시키는, 그래서 참관하는, 경기를 바라보는 도민들에게 훌륭한 심판이라는 박수와 존경을 보내는 심판이 나와야 한다.
국내에서 제주도가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 모든 면에 절대적으로 경기에서 불리한 여건이라 하드라도 도민들이 단합하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여 준비를 하고 임한다면 비록 경기에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한다 하드라도 도민들이 함께한 화합과 단합, 신뢰를 바탕으로 다음의 경기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갖게 되지 않을까한다. 이 시대에 다른 시도에, 상대방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도민들이 함께 훈련에 임해야 한다. 어차피 인생이 승부의 길이라면 좋은 성적을 내어야 하고, 내 자신만이 아니라 단체, 사회 등 최선을 다하여 경기에 만전을 기하는 인생과 사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이 아침에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