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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꼴의 꿀을먹고 부리가 노랗게 변한 동박새 ⓒ 지남준 객원기자 |
봄소식은 심산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조심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우리에게 천천히, 바로 야생의 꽃소식을 전하는 동백꽃 물결과 같이 천천히 전해진다.
겨울부터 머금었던 꽃망울을 여기저기서 터뜨리기 시작하고 있으나 매서운 추위에 그만 어린시절 혹한에 떨던 누이의 붉은 입술처럼 파르르 떨고 만다.
꽃소식을 반기려던 이들이 오히려 안쓰러워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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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남준 객원기자 |
冬柏(동백)이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겨울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겨울의 추위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의 가루받이를 해주는 새가 바로 동박새이다.
모든 꽃들이 수분을 벌과 나비를 통해서 하지만 새의 힘을 빌려서 하는 것이 동백이다.
그래서 동백을 조매화(鳥媒花)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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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남준 객원기자 |
제주도와 거문도 그리고 여수 오동도 등 우리나라 남해안 도서, 연안지방을 비롯한 동해안의 울릉도 등의 상록수림에서 번식한다.
몸 길이가 약 11.5cm로 크기가 아주 작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암수 색깔이 같으며 머리와 등, 날개는 황록색, 옆구리는 갈색, 배는 흰색이다. 눈 주위의 희고 둥근 띠가 인상적이다.
거미류와 곤충류 등도 먹지만 동백꽃이 피는 계절에는 동백의 꿀을 즐겨 먹는다.
동박새는 부지런하고 활달해 여간해서 관찰하기 쉽지가 않지만 활발한 이미지를 빌어 서귀포시에서는 시를 대표하는 상징새로 정한바 있다.
그래서 동백숲을 종횡무진 옮겨 다니기 때문에 웬만한 관찰력으로는 탐조에 실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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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남준 객원기자 |
제주도에서는 흔한 텃새로 지낸다.
동박새는 워낙 작고 움직임이 빨라 모습을 쉽게 볼 수는 없지만 의외로 숲에서 귤을 까서 나뭇가지에 갈쳐 놓고 조금 기다리면 아름다운 동박새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동백나무와 같이 우거진 곳에서 사진을 촬영하고자 할때는 약간의 우연(?)과 기다림을 겸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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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남준 객원기자 |
하지만 욕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좋은 사진을 촬영 할 수 있다.
동박새는 무리를 지어 이나무 저나무로 옮겨 다니다 다시 그나무로 돌아 오는데, 특히, 동백꽃과 벚꽃을 유심히 살펴보면 녹색의 옷을 입고 하얀 뿔테 안경을 쓴 아름다운 동박새의 모습을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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벛꽃 사이를 돌아다니는 동박새 ⓒ 지남준 객원기자 |
옛날 한 나라에 포악한 임금님이 있었다.
그 임금님에게는 다음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 동생의 아들을 양자로 맞아, 세자로 삼아야 할 터였다.
그러나 욕심 많은 왕은 아무에게도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천년만년 혼자 왕 노릇을 하려 했고, 기회만 있으면 동생의 아들들을 죽이려고 했다.
마음씨 착한 왕의 동생은 형의 생각을 알아채고, 사랑하는 두 아들을 몰래 딴곳에 숨기고 양자 둘을 데리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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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남준 객원기자 |
그러나 그후 동생이 진짜 아들을 몰래 숨겨 뒀다는 것을 알고, 기어이 두 아들을 모두 찾아 냈다.
그리고 동생에게 왕을 속였다는 벌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두 왕자는 가짜다" 라고 말을 하도록 했고, 칼을 주며 "두 가짜 왕자를 네 손으로 죽여라!" 라고 했다.
칼을 받아든 동생은 차마 자기 아들을 죽일수 없어, 그만 그 칼로 자기 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동생이 피를 흘리고 죽자 두 왕자들은 두 마리 새로 변해서 하늘로 날아갔고, 그 날개 소리가 점점 커져서 천둥 소리로 변하더니, 번개가 치고 벼락이 떨어져 궁궐은 쑥대밭이 돼 마침내 왕은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그리고 아들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을 찌른 동생은 큰 동백나무로 변했다.
하늘로 날아간 두 마리 새는 다시 내려와 동백나무 가지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이새가 바로 '동박새'이다.
동박새는 백안작(白眼雀)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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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남준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