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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 진녹색 귤림에 주저리 달린 황금빛 열매가 탐스럽다. 예로부터 귤림추색(橘林秋色)은 영실기암(瀛室奇巖), 녹담만설(鹿潭晩雪), 사봉낙조(沙峰落照) 등과 더불어 영주십경(瀛洲十景)의 하나가 아니던가. 가을산야 올래길에 펼쳐지는 진녹색, 황금빛 풍광, 이 귤림추색을 어느 곳 그 무엇에 비하랴.

황금빛추색은 갈색추억을 아로새기려는 나그네의 시선을 붙든다. 그래, 제주는 축복받은 땅이요,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국내 제일의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감귤은 농부들의 땀이 베인 영농의 결실이며, 일상의 주 소득원이다. 결실과 수확의 보람, 농가는 환금(換金)의 꿈에 부풀어 있다.

갈색가을빛 산야에 도도한 상록의 감귤원은 도시인들의 보기엔 목가적이고 낭만적일게다. 곳곳에 도시인들의 감귤 따기 체험과 판매로 농가소득증대를 연계하는 관광농원이 있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름다운 농촌의 풍광을 소득에 접목하는 1, 3차 연계상품이다. 이제 농촌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상쾌한 공기, 지역공동체문화는 아름다운농촌 어메니티(amenity)를 꿈꾼다.

상록의 환금작물 감귤나무, 황금빛 추색의 풍광은 언제부터였던가. 불과 몇 십년전만해도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다. 감귤나무 한그루만 있어도 자식의 대학등록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고소득 작목이었기에 말이다. 그때는 감귤과수원 집이 손가락으로 헤아려질 정도였으니 그 희귀성과 신비함이 오죽했을까.

조국근대화와 더불어 감귤재배 환경으로 적합한 제주도는 약속의 땅이었다. 감귤은 농가소득과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감귤의 과잉생산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고품질생산 과제도 적극 대두되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시대의 영농환경과 지구온난화, 외국산의 수입 등 대처해야 할 변수들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다.

현실에의 안주는 퇴보이며, 감귤산업의 쇠락을 재촉하는 길이다. 변하는 시대환경에 대처하지 못하면 귤림추색의 빼어난 농촌풍광도 고소득 환금작물의 지위도 언제 상실할지 모른다. 감귤산업의 쇠락은 아름다운 농촌자원을 피폐화시키고 지역사회가 빈곤으로 가는 길이다.

영농의 결실에 기대하는 농가의 소망은 생산한 감귤의 제값을 받는 일이다. 적정보상심리의 기대는 인간내면의 보편타당함이 아니던가. 투자한 필요경비와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고 싶은 농부의 절박한 심정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상품가격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정해지며, 이는 양과 질, 시장과 소비자 등 수많은 변수를 동반한다.

과잉생산, 저급품 출하는 가격폭락의 원인이며 감귤산업의 공멸을 재촉한다. 오직 고품질 적정생산만이 살 길이다. 그런데도 탈법, 저급품출하, 무임승차심리로 아름다운 황금빛 추색을 먹칠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공분을 사고 지탄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아닌가. 사리사욕과 탈법으로 소탐대실할 것인가. 적정생산 고품질로 승부하여 시장을 지키고 귤림추색의 아름다운 농촌자원을 보전할 것인가. 냉철한 마음의 깊은 사고로 잘 극복해야만 할 중차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 복지청소년과장 문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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