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고민이 없다.
건의와 ‘계획에 대한 설명’, 의심나는 부분에 대한 추가질의가 아예 생략되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1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고희범 제주시장과 함께 ‘경제 일자리 분야’ 시민과의 대화를 열었다.
시청 브리핑실에서 인사를 하는 원희룡 지사, 기자와의 대면은 '단 10분'이다
제주시청 제1별관 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시민 200여명이 초청됐다.
제주시 각 실.국, 과별로 초청된 시민들로 이러저러한 업무 관계로 제주시 공무원들과 접촉이 잦은 시민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날 원 지사의 동선을 보면 아침 9시 40분에 시청에 도착하고 시장실에서 간부공무원들과 티타임을 가진 후 50분 기자들이 있는 시청 브리핑실을 찾았다.
원 지사가 고희범 제주시장. 고길림 제주부시장과 티 타임을 갖고 있다
간단한 인사말을 건넨 원 지사에게 기자들은 질문을 던지려 했다.
그러나 브리핑실 방문 시간은 단 10분, 언론과의 질의.응답은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제1별관 회의실로 이동한 원 지사는 참석자들을 향해 연설을 시작했다.
원 지사는 “이번 명절 밥상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느냐”고 물은 후 “민생걱정. 자녀 취업 걱정 등 많은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급성장한 제주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어 생존에 대한 체질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원 지사는 “교통을 비롯해 쓰레기, 상하수 문제 등 기반시설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가닥을 잡아 가는 중”이라며 “기초질서 바로세우기, 생활 하수도 분야 투자, 차고지 증명제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시민들의 현장 인터뷰 영상을 감상한 원 지사는 제주시의 경제.일자리 추진상황 보고를 받고 시민과의 대화를 나눴다.
오후에 원 지사는 경제.일자리 현장방문이라는 일정 아래 고길림 제주부시장과 김원남 농수축산경제국장의 안내로 한수영어조합법인 유씨엘(주)을 방문하고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매년 되풀이 되는 행사, 어느 시민이 따끔한 질문을 할 것인지. 언론과는 대화자체를 피하는 듯한 인상
사실 제주시의 현안은 생활 분야가 대부분이고 지속적이다.
매년 같은 질문과 같은 대책이 오가기 쉽고, 그래 왔다.
영상 인터뷰를 하는 시민들은 ‘이래 주십사’하는 말만 할 수 밖에 없고 제주시 실.국.과의 초청을 받은 참가 시민들도 ‘도지사나 시장이 아파할 만한 질문을 삼가게 된다’.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공무원들을 불편하게 만들 까닭이 없다.
순조롭게 이어지는 행사 과정, 칼 같이 지켜지는 시간, 예상되는 질문내용, 돌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질의자들, 원만한 행사와 서로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 이번 일정을 마련한 공직자들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시민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원 지사, 무난한 질의. 되풀이되는 도 정책 설명을 보게 된다
이른바 이명박근혜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연초 행사로 여겨진다는 인사들도 있다.
매년 초 연두방문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오가야 한다.
매년 초 도지사의 연두방문은 그저 공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평소 뜸했던 시민과의 소통만 연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바뀐 시대의 요구로 평가된다.
지난해 행정의 부실함과 이를 근거로 하는 올해 청사진들이 제시돼야 하고 행정을 이끄는 제주도와 제주시, 이를 비판해야 하는 언론들의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원 지사와 언론의 대면은 ‘단 10분.’
원 지사가 브리핑실에서 인사말만 하면 시간은 끝이다.
이날도 이 짧은 시간에 질문을 하려던 한 기자는 시간 사정을 들며 이동을 재촉하는 수행 고위공직자들과, ‘자세한 질의. 응답은 도청 기자실에서’라며 발길을 돌리는 원 지사의 태도에 벌쭘 했다.
시민과의 대화에서 시민들은 주차난, 농공단지 인력난 등 ‘건의에 가까운 대화’를 했다.
도지사에게 직접 전달하려 했다는 한 시민의 말 그대로 이 자체가 성과라면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