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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복싱 에어로빅팀 '사각의 링에 오르다'

저녁시간에 주먹을 뻗는 그녀들

일상에 바쁜 여성들이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전업주부, 직장생활을 하는 아이 엄마들이 모여  '복싱 에어로빅'이라는 다소 낯선 종목을 선보였다.


무대는 24일 저녁 6시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린 '제28회 제주특별자치도 복싱협회장배 복싱대회' 및 '제19회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배 전도 복싱대회' 오프닝 공연.


24일 시민회관 복싱대회 오프닝 행사를 하는 '복싱에어로빅팀'


공식행사에 앞서 제주시 생활체육의 하나로 운영된 '복싱에어로빅팀'이 대회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사각의 링에 데뷔했다.


이들이 만난 것은 '복싱에어로빅'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난 4월 초 제주시 종합경기장내 복싱체육관.


20명을 정원으로 하는 이 팀은 처음에는 개인으로 시작해 5개월만에 '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현역 시절 전국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전력이 있는 홍성훈 강사의 지도아래 아직은 서툴지만 원.투 스트레이트를 구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복싱체육관에서 연습장면


대부분 여성이니 만큼 '복싱 에어로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스마트한 몸매'.


이젠 다이어트보다  복싱에 에어로빅을 더한 운동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복싱 경기장에 상큼한 음악과 율동을 선사한 그들.


복싱은 고독한 경기다.


복싱에어로빅 팀이 훈련을 하는  복싱체육관에서 간간이 틀어 주는 사이먼 앤  가펑클 (Simon & Garfunkel)의 '더 복서(The Boxer)' 가사내용은 음울하다.


가난한 소년이 도시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며 위안을 받는 단 한가지.


그 노래 도중에 흘러나오는 샌드백을 치는 소리는 '외로움에 지친 소년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으로 들린다.


이날 시민회관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소년복서들의 표정은 어쩌면 슬퍼 보였다.


혹독한 훈련과 체중감량을 위해 겪어야 했던 배고픔의 시간을 견뎌낸 그들은 똑같은 과정을 거친 또 하나의 자신과 사각의 링에 올라 서로를 쓰러뜨려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복싱에어로빅팀의 공연은 링에 올라 사투를 벌여야 하는 복서들과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지인들에게 잔잔한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래에 맞춰 훅을 구사하고 있다


'복싱에어로빅팀'은 홍진영의 '따르릉'과 시스타의 'So Cool' 두 곡에 스텝을 맞췄다.


긴장했던 소년 복서들의 눈은 빛났고 관중들은 손뼉을 마주치며 흥을 돋웠다.


경기장에 참석했던 내빈들, '거의 왕년의 흘러간 복서'들도 이런게 있었나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강사나 참여하는 수강생들이나 '바쁜 세상을 살아가기는 마찬가지'


홍성훈 강사는 투잡을 하고 있다.


35세인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살배기 딸의 아빠, 다음달인  9월 둘 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겨우 최저임금 정도의 강사 입으로는 생활을 영위할 수 없어 낮에는 중장비 운전기사로 뛰고 있다.


오후 6시쯤 일을 마치면 현장에서 땀을 씻을 새도 없이 자신을 기다리는 수강생을 위해 복싱 체육관으로 내달린다.


공연을 마친 에어로빅팀, 가운데 하얀옷을 입은 홍성훈 강사. 현역시절 유망주였던 그는 중장비 기사로 이젠 투잡을 뛰는 생활인이다.


복싱에어로빅 수강생들도 낮에는 바쁘다.


혹은 업무가 밤에도 이어질 경우 '결석'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간호사들, 교사들, 혹은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수강생들은 언제부터인지 '누군가 빠지면' 그들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며칠 안 보이면 '운동을 게을리 하는 것 아니냐'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남성도 2명이나 있다.


50대인 그들은 '혼자 운동을 해 봤는데, 강제성이 없으면 금방 그만두게 된다'는 판단과 함께 '복싱'이라는 운동을 하고 싶어 이팀에 합류했다.


나이가 있어 '본격적인 복싱'을 시작하기는 무리이고 에어로빅이 있어 좀 쉽지 않겠느냐고 머리를 굴렸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종목에 비해 복싱은 힘든 편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금방 살이 빠지거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여기는 것 또한 '우물에서 숭늉찾기'다.


줄넘기부터 시작하는 복싱은 스텝을 밟으며 허약한 자신의 몸을 되돌아 보게 한다.


누군가 말했다.


매달려보면 자신의 몸이 얼마나 무거운 지 알게 된다고.


복싱 에어로빅도 그렇다.


줄넘기를 하고 뛰고 나면 자신의 몸이 얼마나 둔했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들 복싱에어로빅팀의 '아줌마'들은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돈을 벌고 아이들 뒤치닥거리나 살림에 빠듯하게 시간을 써야 할 '여자가 무슨 주먹질이냐'는 편견도 무시했다.


TV 연속극이나 볼 시간이라는  남성 중심의 삐딱한 시선에도 그들은 자신을 위해 땀을 흘리려고 복싱체육관을 찾고 있다.


홍성훈 강사는 "처음 30초만 뛰어도 헉헉대던 수강생들이 이젠 10분이 지나도 거뜬한 것을 보면 뿌듯하다"면서 "올해말까지 프로그램이 잡혀 있어 연말이면 상당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프로그램 진행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


복싱에어로빅팀은 내년에도 복싱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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