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했다.
국가권력에 의해 훼손된 도민들의 명예회복이 중단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두번째로 참석했고 후보 시절 공약을 지켰다.
3일 오전 10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이 행정안전부 주최 국가행사로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공권력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했고 앞으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도민들에게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도 전역에는 사이렌이 울려 퍼져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하는 묵념이 이어졌다.
순이삼촌을 펴내 제주 4.3을 처음으로 알린 현기영 선생 추모사가 행사 시작을 알렸고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는 유족 대표들과 함께 헌화. 분양했다.
제주도민이 된 이효리씨의 ‘바람의 집’ 낭송 직후, 애국가가 선창됐다.
애국가 선창자는 장정언(최초 4.3피해조사 도의회 의장), 송승문(4.3 당시 임시수용소에서 태어남), 고희순(초대 4.3희생자 유족부녀회장), 강혜명(4.3 홍보대사, 제주출신 소프라노), 김은희(유해발굴 기여) 등.
양윤경 4.3유족회장은 “70년 전 4.3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져가 버렸다”고 전제 한 후 “집과 마을이 불타고 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됐다”며 “공권력이 이토록 가혹하게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4.3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여전히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문 대통령이 제주 4.3을 국정 100대 과제로 선정했고 행사에 참석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그러나 아직 국민들이 4.3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제주도민들은 70년 동안 울었다”며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팠지만 여러분이 4.3을 잊지 않았기에 오늘 이렇게 모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말한 문 대통령은 “수 많은 도민들이 이념이라는 이름 속에 영문도 모른 채 학살 당했다”며 “제주 중산간 마을 95% 이상이 불에 탔고 마을 사람들이 학살 당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민들은 학살 피해만 입은 것이 아니라 고통이 연좌제로 대물림했다고 지적한 문 대통령은 “4.3을 역사의 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1960년 4.3 진실을 알리기 위한 학생들의 운동이 군부세력에 의해 좌절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제주 소설. 미술. 영화 감독들의 4.3알리기 노력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며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도민들의 고통에 대해 특히 사과한다”며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후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화해와 생상은 반드시 진실 앞에서만 바로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상생으로 4.3의 아픔을 이겨가고 있다”며 “화해의 손길은 전 국민의 것이 돼야 하며 아직도 4.3의 진실을 낡은 이념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 틀을 벗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도립 합찬단 등은 '남들지 않는 남도'를 불러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원희룡 도지사 등 도민 1만50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