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10대 사장 공모를 둘러싸고 잡음이 뒤를 잇고 있다.
제주도는 재공모 절차라는 ‘다소 원치 않은 상황’을 맞은 가운데 여기에는 ‘정치’라는 함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청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난 2월 1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응모자를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진행한 후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복수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었다.
응모한 4명 중 서류심사를 통과한 3명에 대한 면접심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전날 박영부 전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이 돌연 '자진철회' 의사를 밝혔고, 김상훈 김만덕기념관장도 면접심사 직전 불참의사를 표명하면서 1명만 남게됐다.
이에 따라 면접심사 대상자는 오경수 전 롯데정보통신 사장 1명으로 줄었다.
'단수 추천'이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행정자치부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배수 이상을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날 임원추천위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를 한 결과 '재공모'키로 결론을 내렸다.
석연치 않은 박영부 전 실장의 돌연한 공모포기 선언의 의미
지난달 말 박영부 전 실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개발공사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어딘가 옹색해 보였다.
원희룡 지사가 낙점했다는 설(說)의 대상자인 오경수 전 롯데정보통신사장도 개발공사의 대표사업인 지하수, 즉 물 산업과는 무관한 탓이다.
그렇다면 기업을 경영했던, CEO로써의 전문성만 남는데 이 대목에서는 박 전 실장도 꿇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귀포 시장,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이라는 이력이 ‘경영’ 측면에서 사기업체의 사장에 뒤질 것이 없다는 중론 속에 주변에서는 ‘탈락의 수모’를 감안한 공모포기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성이 문제라면 개발공사 사장 자리에는 지하수 업체 사장만 가능하냐”는 보도진의 전화통화 질문에 박영부 전 실장은 말을 아끼면서 ‘보도자료 내용대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김상훈 김만덕기념관장도 돌연 공모를 포기했다.
신세를 진 그룹의 요구에 난감하던 원 지사, 선을 긋는 행보 보였다는 ‘소문’
당초 개발공사 10대 사장 자리를 놓고 제주도 전직 공직자 그룹은 ‘도와줬는데 뭔가를 해줘야 할 것’이라며 ‘개발공사 사장 공모’에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가 박 전 실장의 공모응모로 나타났고, 직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전직 인사가 원희룡 지사와 독대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반면 원 지사는 공모가 시행된 후에도 처음의 인사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재공모’로 이어지게 됐다는 스토리가 완성됐다는 것이 도청 안팎의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정치권 인사는 “전직 지사를 중심으로 박영부 전 실장 등 일부 전직 공직자 그룹은 지방선거와 지난 총선에서 원 지사를 도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 후 “선거를 도운 측은 선거 후 보상을 원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당선자 측은 어떤 면에서 성가시다고 여길 수는 있지만 다음 선거를 감안해 거의 수긍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장면”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일 때문에 원 지사의 한 지지그룹이 떨어져 나가는 계기로 작용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잡음이라면 잡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