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올레길, 바람, 돌 등 제주도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많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말’이다.
우리나라 말의 반 이상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 제주도이기 때문.
그만큼 제주 지역민과 여행자에게 말은 친근한 존재인 반면, ‘승마’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과의 교감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힐링을 하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로 특권층을 위한 '귀족 스포츠'라 선입견이 있고, 제주 여행자들이 즐길 수 있는 말 관련 프로그램도 10분 내외로 말에 잠깐 올라타 사진만 찍는 체험승마 위주로 제공되어왔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승마에 대한 오해가 있었거나, 관심은 있지만 시작하지 못 했던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출시됐다. 의귀리 주민들로 구성된 의귀마을 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옷귀마테마타운의 ‘몰랑몰랑 아카데미’다.
의귀리는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이다. 마을을 대표하는 인물로 ‘헌마공신 김만일’이 있는데, 조선시대 마을의 대목장주였던 김만일은 어려움에 빠진 나라를 돕기 위해 1,300여필의 말을 바쳤고, 당시의 임금인 영조가 고마움을 담아 비단옷을 보내면서, 귀한 옷을 받은 마을이라는 뜻의 ‘옷귀(貴)마을’, 지금의 의귀리(衣貴里)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만큼 의귀리에서는 ‘제주마의 본향’으로서 자부심을 지키며, 제주마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2014년 9월 의귀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지난해 4월 원형주로, 실내마장, 마사, 말방목장 등을 갖춘 ‘옷귀마테마타운(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955-117)’의 문을 열어 ‘옷귀유소년승마단’ 창단, '제1회 제주의귀 말축제' 등을 개최해 말과 승마에 대한 관심을 높여왔다.
이번에 시작하는 ‘몰랑몰랑 아카데미’는 제주올레길 주민행복사업의 일환으로 서귀포시가 주관하고,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마을과 함께 뜻을 모아 기획했다. 말을 뜻하는 제주어 몰(아래아•표기)을 활용해 이름 지은 ‘몰랑몰랑 아카데미’는, 그간의 승마 프로그램이 기술적인 것에 집중했던 반면, 말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말과 친해지는 시간 등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말과 함께 교감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드랍게 어루만져 힐링하는 승마 프로그램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몰랑몰랑 4일 완성’, ‘몰랑몰랑 2주 완성’으로, 이를 모두 마치고 나면 수료증이 발급되며, 승마의 꽃이라 불리는 외승에 나설 수 있다.
외승은 실내마장이 아닌 자연에서 말을 타는 것으로 총 10.5km의 옷귀마테마타 외승코스는 편백나무숲, 비자나무숲 등을 지나는 평화로운 길이다. 승마를 접해보지 않은 초보자도 가능하며, 특히 2주 완성 프로그램의 경우, 1박 2일씩 2번만 제주를 찾아 하루 3시간씩 배우면 이수할 수 있어 제주에 살지 않는 여행객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몰랑몰랑 4일 완성과 2주 완성 가격은 50만원 이며, 이외에도 강습 승마(1시간), 자유 승마(1시간) 등도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몰랑몰랑 아카데미를 찾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추억을 담아갈 수 있는 ‘몰랑몰랑 컬러링 체험’도 있다.
자작나무로 된 말에 나만의 색상을 채워 열쇠고리, 마그넷 등을 만들 수 있다. 의귀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말 그림을 기본으로 디자인을 한 멀티두건과 배지 등 기념품도 판매한다.
세부내용은 옷귀마테마타운 홈페이지(www.otma.kr)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문의: 옷귀마테마타운 070-4233-9777)
의귀마을영농조합법인 김기창 대표는 “몰랑몰랑 아카데미를 통해 승마라는 스포츠가 지역주민과 여행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옷귀마테마타운을 제주마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