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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쉬운 해고', '우리 아이들이 당할 일'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도내에서 직원 7명을 데리고 사업을 하는 한 지인은 이번 정부의 '쉬운 해고'가 담긴 이른바 노동개혁 법안 시도에 대해 열렬하게 찬성했다.


자녀 2명을 가진 그에게 되물었다.


"네가 아이들이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재산을 물려 줄 수 있느냐"고.


물론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그렇다면 평생 노동자로 살아야 할 당신의 자녀 2명은 반드시 누군가의 '직원'이 돼야 하고 그 사장이 '당신의 자녀를 쉽게 자른다'면 어쩔거냐고 다시 질문했지만 그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다만 "속 썩이는 직원 2명이 있는데, 이들을 해고시켜야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며 "이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그는 당장 사장으로서 괘씸한 직원 2명을 해고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만을 따져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을 찬성하고 있다.


그 법안에 의해 '자신의 자녀, 손주, 그 손주의 손주'가 불안한 직장생활과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는 사실은 그에게는 마치 남의 일이다.


또 하나의 왜곡된 시선, 귀족노조를 없애야 한다?


보수언론 등을 통해 '귀족 노조'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그들이 지칭하는 귀족노조는 20여년간 대기업에서 일한 노동자가 7000만원 정도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노조의 비호아래 '편안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귀족노조라고 칭하는 계층에게 묻고 싶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1인당 GNP는 2만8000불이다.


4인가족 기준으로 연봉 1억1000만원을 넘겨야 평균이라는 말이다.


평균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귀족'이라는 영예를 준 그들의 관대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자녀 2명을 키우며 교육비 등 등을 감안할 때 연봉 7000만원으로 귀족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그들에게 황송하지만 여쭙고 싶어 진다.


방법이 있다면 흉내라도 내보게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궤변이 국민들에게 얼마 정도 받아들여 지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노조조직율은 13% 정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터키 바로 앞에 위치한다.


그중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 대기업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7%에 불과한데도 이 나라의 여당 대표는 '그들이 쇠파이프를 들지 않았다면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왔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아니라 '셈법'이다.


정부.여당의 서민간 불협화음 내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을 소개한다.


가끔 일이 생기면 '일당 벌이'를 하면서 담뱃값이나 충당하는 50대 중반의 한 지인은 "저 노동조합 놈들이 비정규직을 괄시하고 많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들이 받는 연봉의 20% 정도를 헐어 비정규직에게 주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에게 "우리나라 평균 소득을 따졌을 때 그들이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특히 그들이 받는 대우는 그들의 선배와 그들 자신이 싸워서 이룬 것이지 가만히 있는데 우리나라 1%가 거져 줬겠느냐, 또한 비정규직은 회사와 제도가 만들어 낸 것이지 언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화에 힘을 보탠 적이 있느냐"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그는 대기업 노동조합을 욕하는데 열을 냈다.


이쯤이면 서민 사이에 커다란 장벽 하나를 쌓으며 비록 대다수는 아니라고 해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명분을 얼마간 일군 것으로 판단된다.


젊은이들의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두고 볼 일이지만


정부.여당의 주장을 간략하게 보면 임금피크제를 통해 얻어진 기업의 여유자금이 젊은 정규직 일자리를 늘어나게 하고 노동시간 단축도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쉬운 해고', 즉 비성과자 등을 쉽게 정리하고 (추측컨데 여당 대표의 쇠파이프 발언을 통해 볼 때 노동조합원들이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 빈자리를 젊은 정규직으로 채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반면 비정규직 채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업종을 확대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2년이라는 기한을 정한 이유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기간을 짧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대기업이 그런 규정을 적극 지킨 적이 있는 지 기억에 없다.


오히려 4년 연장안은 대기업들에게 지금보다 비정규직을 2배 늘리는 호재로 작용할 것임이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골치덩이로 여기는 정규직인 노조원들을 해고하고 다시 그 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울 것이라는 낙관론도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도 대기업은 '머리 좋은 사람'들의 도움과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임금도 더 줘야 하고 모든 노동 관련법을 적용해야 하는' 정규직 채용을 꺼릴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하는 흉내라도 내겠지만 결국 그들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노.사 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다.


내수 비중이 낮고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속성상 대기업의 '사업 지표'가 정권의 성적표가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1%가 상장주식 시장의 63%를 차지하는 현실은 일반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너무 참혹한 환경이 될 수 밖에 없다.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하려는' 그들의 움직임 속에 16일 한 중앙 언론의 기사가 눈에 띈다.


대기업 미성년 자녀 39명이 소유한 주식이 3900억원이라는 소식이다.


헬 조선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행(幸:운이 좋아 행복하다) 조선이 될 판이다.


노사정 대합의, 1%에게 끝없는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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